▲ 현대상선 본사
[이미영 기자]4·13 총선 이후 가속화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이번 주 운명의 한 주가 될 전망이다. 주요 이슈였던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과 '빅3 조선사'의 자구안 마련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의 실탄을 마련하기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도 세부적으로 논의할 내용이 남아 있긴 하지만 '자본확충펀드 조성 + 직접 출자'라는 큰 틀은 잡힌 모습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사실상 이달 30일까지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인하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채권단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용선계약으로 운항하는 배는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컨테이너선 36척, 벌크선 50척 등 총 86척이다.

현대상선이 주력으로 하는 컨테이너선의 경우 다나오스(13척), 조디악(6척), 이스턴퍼시픽·나비오스·캐피털십매니지먼트(각 5척), 현대오션서비스(2척)로부터 배를 빌려 운항하고 있다. 대부분 수년 이상의 장기 계약이다.

이 가운데 그리스계 다나오스와 나비오스의 경우 용선료 수입에서 차지하는 한국 양대선사 의존도가 매우 큰 편이다.

실제 다나오스의 경우 1만3천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5척을 포함해 13척을 용선해주며 용선료 수입의 28%를 현대상선에 의존하고 있다.

다나오스는 컨테이너선 8척을 빌려준 한진해운 의존도도 17%에 달한다.  문제는 다나오스와의 협상이다. 그렇다면 다나오스는 어떤 회사인가

 
오나시스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그리스의 선박왕.’ 해운업계에선 현대상선과 용선료(선박 임차비용) 인하 협상을 벌이는 그리스 최대 선주회사 다나오스의 존 쿠스타스 최고경영자(CEO)를 이렇게 부른다. 다나오스 등 해외 선주사들이 용선료를 깎아주지 않으면 현대상선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피하기 어렵다.

현대상선의 명운이 걸린 용선료 협상을 계기로 글로벌 선주사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에만 매출(5조7685억원)의 32%에 달하는 1조8793억원을 해외 선주사 22곳에 용선료로 지급했다. 현대상선의 용선료는 현재 시세보다 30~40%가량 높은 수준이다. 현대상선의 용선료 가운데 70% 정도는 다나오스, 나비오스, 캐피털십매니지먼트 등 그리스 세 곳과 영국 조디악, 싱가포르 이스턴퍼시픽 등 모두 다섯 곳의 컨테이너선주사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현대상선이 가장 많은 돈을 지급한 선주사가 다나오스다. 다나오스가 현대상선에 1만3082TEU(1TEU는 약 6m 길이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5척을 포함해 모두 13척을 빌려준 최대 선주이기 때문이다. 다나오스도 전체 대선(貸船) 수입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현대상선에서 받고 있다. 비중이 28%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나오스는 1972년 드미트리 쿠스타스가 그리스에서 선박 한 척으로 창업한 회사다. 점차 몸집을 불리다가 드미트리 쿠스타스의 아들인 존 쿠스타스 CEO가 1987년 경영을 물려받은 뒤 그리스 최대, 세계 5위권 컨테이너선 선주사로 발돋움했다. 2200TEU급부터 1만3100TEU급까지 59척의 컨테이너선을 가지고 있다. 2006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다나오스의 시가총액은 3억5349만달러(약 4100억원) 수준이며, 영업이익은 지난해 기준 2억4437만달러(약 2800억원)다. 다나오스는 현대상선 외에 한진해운과 프랑스 CMA-CGM, 스위스 MSC, 대만 양밍 등 세계 주요 해운사에도 배를 빌려주고 있다.

다나오스 다음으로 현대상선에 많은 선박을 빌려준 조디악은 TEU 기준으로 세계 4위권 선주사다. 국내에선 ‘해운업계의 론스타’로 알려져 있다. 옛 외환은행 매각을 통해 높은 차익을 거둔 미국 사모펀드(PEF) 론스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조디악의 사업은 해운업이라기보다 선박을 활용한 자산관리업”이라고 말했다. 이스턴퍼시픽도 조디악 출신들이 세운 회사다.

선주사들은 자체 자금 또는 외부 조달을 통해 건조비용이 쌀 때 선박을 대량으로 발주한 뒤 용선료가 비쌀 때 이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선주사들도 최근 용선료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나오스는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현재의 낮은 용선료 환경이 지속되거나 용선료가 더 떨어질 경우 수익이 나지 않는 수준에서 용선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며 “아예 용선계약을 맺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용선료 인하 협상이 힘든 이유 중 하나다.

펀드 형태 선주사도 많다. 용선료 인하 협상에 들어간 한진해운은 선주사의 절반 이상이 펀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는 용선료 인하에 대해 여러 출자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해운업이 극심한 불황에 빠진 가운데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도 용선료 인하 협상에 나서기로 하면서 이들 용선주의 재무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라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현대상선 의존도가 높은 나비오스의 신용등급을 최근 B2에서 B3로 낮추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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