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게놈 합성 시대 도래
[조성주 기자]해외 과학자들이 인간의 유전체(게놈)를 화학적으로 합성한 '인간 게놈'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 추진한다.

한마디로 '부모없는 아기탄생‘의 길이 열린 것이다.

미국 과학자들이 2일(현지시간) 권위있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기고문을 통해 인간게놈(유전체) 합성 프로젝트 개시를 공개 선언했다.

이번 선언에 앞서 이들은 지난해 미국 뉴욕과 올해 5월 10일 하버드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어 프로젝트에 대해 최종적으로 의견을 교환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인간게놈 합성에 대한 공개토론없이 학계, 정재계 인사 150여명이 비밀리에 모인데 대해 비판이 쏟아지자, 당시 회의 참석자들이 사이언스를 통해 프로젝트를 공개하게 됐다고 WP은 전했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게 된다면, 2000년대 초반 이른바 인간게놈계획(HGP)에 따라 인간이 DNA를 구성하는 30억개의 염기쌍 배열을 해독(reading)하는데 성공한지 10여년만에 인간이 직접 게놈을 만들어내는(writing) 시대가 도래하게 되는 것이다.

발표문에서 과학자들은 "인간게놈합성에 들어가는 비용을 대폭 줄이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환자들에게 이식할 수있는 장기를 실험실에서 만들어낼 수도 있어 생명공학 부문에 있어 "잠재적으로 혁명적 발전"을 이루게 될 것으로 기대를 나타냈다.

또 학자들은 "인간게놈계획(HGP)-제조(Write)의 목적은 인간 게놈을 포함해 대규모 게놈 엔지니어링과 테스트 비용을 10년내 1000배 이상 감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프로젝트의 운영은 비정부기구인 '엔지니어링 바이올로지 엑셀런드 센터(CEEB)가 총괄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개발표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HGP를 이끌었던 프랜시스 콜린스 국립보건원(NIH)원장은 2일 성명을 통해 "NIH는 대규모 인간게놈 합성 프로젝트가 적절한 시점이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게놈 전체를 합성하는 프로젝트는 현재의 과학적 능력을 넘어서는 것으로, 즉각적인 윤리적 철학적 경고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드류 엔디 스탠퍼드대 부교수는 2일 WP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프로젝트가 과학계는 물론 어떤 독립적인 윤리적 논의도 없이 이뤄진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5월 하버드대 비밀회의 사실이 알려진 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당신들이 비밀리에 토론을 벌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잘못된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WP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는 뉴욕 랭곤 메디컬 센터내 '시스템 제네틱스 연구소'의 제프 보크 소장, 하버드 의대의 유전학자 조지 처치 교수, 오토데스크사의 연구원 앤드류 헤셀, 뉴욕게놈센터의 낸시 J 켈리 전 소장이 이끌고 있다. 이중 켈리 전 소장이 프로젝트의 최고 책임자다. 오토데스크사는 프로젝트에 들어간 비용 중 일부인 25만 달러를 출연했다.

프로젝트 측이 2일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연말까지 1억 달러를 조성하고 최종적으로는 총 30억 달러(약 3조5천700억)의 연구비가 조성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은 인간을 합성하는 것이 아니며, 인간의 유전자가 세포 내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자 중 한 명인 에든버러 대학의 합성생물학 학과장인 수전 로서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득은 염색체 구조나 유전체 작동 방식 등에 대한 이해를 향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의 합성생물학센터의 톰 엘리스는 "나는 완전한 인간 유전체 합성이 좋은 것인지 아직 확신할 수 없다"며 "우리는 그것에서 많은 것을 배우겠지만, 우리가 그것을 완성했을 때 그것의 명확한 사용처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이 문제를 토론하고, 윤리적, 기술적 기준을 세우는 것은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처지 교수는 또 사이언스에 발표문을 통해 프로젝트와 관련해 윤리적,법적,사회적 문제에 대해 공개적이며 적극적으로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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