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과 관련해 뒷돈을 받은 혐의로 신격호의 맏딸 신영자(74)가 검찰에 출석했다. 롯데그룹 오너 일가가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건 신 이사장이 처음이다.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 별관에 출석한 신 이 사장은 "검찰에 가서 모든 사실을 말하겠다"라고 간단하게 밝혔다.

"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을 인정하느냐", "장남인 장모씨가 수년간 100억원의 급여를 받은 게 본인에게 돌아간 것이 아니냐"는 질문 등에 확답을 피하던 신 이사장은 "비자금을 조성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억울한 점'과 '브로커와의 관계'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신 이사장은 정운호(51·구속기소)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로부터 롯데면세점에 입점한 네이처리퍼블릭 점포 수를 늘려주고 기존 매장은 크기를 확장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아들 회사인 B사를 통해 7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있다.

유명 브랜드 제품 유통업체인 B사는 신 이사장 장남인 장모씨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장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사실상 신 이사장이 B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원준 롯데쇼핑 사장 등 면세점 관계자들로부터 "신 이사장 지시로 네이처리퍼블릭을 롯데면세점에 입점시키고 매장 위치도 유리한 쪽으로 변경해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장씨가 수년에 걸쳐 B사로부터 100억원 상당의 급여를 받은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신 이사장을 상대로 네이처리퍼블릭 외 다른 업체들로부터도 면세점 관련 로비를 받았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또 이 사건에 대한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의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기 전 벌어진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 등도 수사 대상이다.

이날 조사 내용은 신 이사장이 롯데그룹 내 여러 직함을 가지고 있는 만큼 관련 수사를 벌이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 4부(부장검사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에 공유될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이 사건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B사의 증거인멸 정황을 포착하고 B사 사장 이모씨를 구속, 지난 28일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신 이사장 측이 브로커 한모(58)씨가 체포된 이후 조직적으로 문서를 파기하는 등 증거를 인멸했다고 보고 있다. 한씨는 정 대표로부터 뒷돈을 받고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을 위해 로비를 펼친 인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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