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조사 결과
[김민호 기자]‘탄핵 주사위’가 던져졌다

야 3당이 소속 의원과 무소속 의원 등 171명 명의로 3일 새벽 4시10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제 가결이냐 부결이냐만 남았다. 어느 쪽이든 격변이 불가피하다.

탄핵안은 일단 발의가 된 이상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표결까지 가게 된다. 국회법에 따르면 탄핵안은 발의된 다음 본회의에 바로 보고가 되고 보고 후 24~72시간 이내에 본회의 표결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일정으론 8일 본회의 보고, 9일 표결이 이뤄지는 셈이다.

표결 전망은 '알 수 없다'가 답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정치권에 파란이 예상된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주말부터 비박계를 포함한 새누리당 의원들과 연쇄 면담을 하고 퇴진 로드맵을 여야 합의로 마련해 달라고 당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박계가 고민이 빠졌다.

박 대통령을 향해 ‘탄핵 단일대오’를 짜며 압박했던 새누리당 비박계가 거꾸로 박 대통령에게 칼자루를 쥐어주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비박계가 주도하는 비상시국위원회는 2일 박 대통령이 당론인 ‘내년 4월 말 사퇴, 사퇴 전 2선 후퇴’ 수용 여부를 먼저 밝혀야 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이후 내부에서조차 탄핵안 표결을 두고 견해가 엇갈리자 내놓은 고육지책의 성격이 강하다.

비상시국위의 기류는 박 대통령의 담화 이후 ‘여야 협상 우선’으로 급속히 바뀐 상황이다.

김무성 전 대표 등 탄핵 찬성에 앞장섰던 일부 비박계 인사들조차 대통령이 이 일정을 받아들인다면 탄핵은 필요없다고 말하고 있다. 다른 비주류 리더인 유승민 의원 등은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더라도 여야 합의가 안된다면 탄핵에 동참할 여지를 남겨뒀지만 비박계 찬성표만 40-60표가 될 것이라던 며칠 전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2일 야당을 향해 “협상에 임하지 않고 왜 무조건 탄핵 한 길만을 고수하는지 모르겠다”며 “매우 잘못된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에게는 “내년 4월 30일을 기준으로 명확한 퇴임 일정과 사전 2선 후퇴 메시지를 천명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비박계 입장에선 박 대통령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가 오히려 더 홀가분하다. 당초 공언대로 야당과 함께 탄핵안 표결에 들어가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4월 말 사퇴 의사를 밝히더라도 야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때다.

비상시국위는 이 경우 탄핵 표결에 참여할지 여부에 대해 명확한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비상시국위에 참여하고 있는 중진 의원들은 이날 “박 대통령이 하야 시점과 관련한 구상을 밝히면 그 때 가서 내용을 보고 탄핵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지금 예단해서 말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야당은 여야 협상 없이 9일 탄핵안 표결로 직행하는 분위기여서 탄핵안이란 공은 비박계가 끌어 안은 채 박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형국이 된 것이다.

하지만 비박계 비상시국회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 "비주류 의원들을 상대로 탄핵 찬성표를 따져 봤더니, 30명이 넘는다고, 2일 기준으로 30명이라고 SBS가 전했다.

물론 이 보도는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을 밝히지 않은 경우를 전제로한 조사로 결국 민심의 흐름이 가장 중요하자는 지적이다.

어쨌건 탄핵일까지는 6일이 남았지만 그 사이 변수도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이 '4월 퇴진, 2선 후퇴' 등 비박계 제안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일지, 또 박 대통령이 추진 중인 비박계 의원들과의 면담, 언론 간담회 등에서 어떤 얘기들이 오갈지에 따라 민심이 출렁거릴 수 있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4월 퇴진'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중요한 열쇠다. 당장 이날 저녁 열리는 촛불 집회의 열기와 분위기에 비박계와 여야 정치권이 촉각을 세울 수 밖에 없다.

일단 표결이 이뤄지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파란이 예상된다. 가결 된다면 야권과 민심은 안정을 찾을 수 있겠지만 새누리당은 탄핵 찬반을 기준으로 당의 분열이 극심해질 수 밖에 없다. 친박계가 탄핵안 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비박계를 비판하면서 계속 버틸 경우 비박계의 집단 탈당, 분당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부결 될 경우는 제도권 정치 전체가 폭풍에 휩싸이게 된다. 탄핵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친박계는 물론 탄핵인 가결에 열쇠를 쥐었던 비박계도 탄핵안 부결의 유탄을 맞는게 불가피하다. 무기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만큼 탄핵에 찬성하는 비박계 인사들은 표결 전 탈당하거나, 표결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를 확실하게 표시한 뒤 표결 직후 탈당의 길을 걷게될 가능성이 있다.

야당도 지도부 사퇴, 국회의원직 사퇴 등 거대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제도권 정치로 할 수 있는 방안이 한계에 부닥친 이상 당분간 장외로 나가 퇴진 투쟁을 전개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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