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 새누리당 친박계도 '마이 웨이'를 선언했다.

친박(친박근혜)계는 전권을 요구하는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를 접고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김황식 전 국무총리,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이회창 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총재를 거론했다.

20일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한 언론 통화에서 "당을 비대위로 전환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환골탈태하는 수준의 변화를 꾀해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박근혜 정권 창출과는 거리가 먼 당 외부 인물에 수술을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혁 작업을 주도할 역량을 갖춘 정치 경험이 풍부한 여러 인사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당의 화합을 위해서는 유 의원이 아니더라도 혁신 프로그램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당외 인사 중에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친박계에서는 김 전 총리가 이명박 정부에서 감사원장과 총리를 역임한 데다 호남 출신이어서 정파와 지역주의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는 비대위원장에게 당을 개혁할 수 있는 실권을 주고, 친박계와 비박계가 합의 형태로 추대한다면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비박계가 유승민이 배제될 경우 탈당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어 수락 여부는 미지수다.

김 전 총리는 새누리당에 대규모 집단 탈당이나 분당 사태가 벌어져 반쪽 정당으로 전락할 경우에는 비대위원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손 전 대표에 대해서도 역시 새누리당의 전신 정당에서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기도지사, 국회의원을 지낸 만큼 재창당 수준의 변화를 이끌고 갈 인물로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손 전 대표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적폐를 깨는 개헌에 적극적이고, 친박계 다수도 외치와 내치를 나누는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 전 대표 역시 친박 제의에 손사래를 치고 있어 수락은 불가능해 보인다.

이 전 총재는 지난 2007년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15% 이상 득표할 정도로 여전히 보수진영에서 인기가 높고, '대쪽' 이미지도 강해 친박계는 당을 혁신할 인물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전 총재는 현재 친박계는 물론 비주류의 구심점인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과도 가까워 당을 아우를 수 있다는 기대도 받는다.

또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이 탈당한다 해도 향후 보수진영의 재결합이 논의될 때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만큼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이회창 카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 밖에 주류에서는 소수이지만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 전 대표 역시 개헌에 대한 소신이 강하고,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에서 경제민주화를 강력하게 주장했다는 점에서 보수진영의 위기를 돌파할 인물로 꼽히고 있는 것.

주류 측은 파격적인 외부 비대위원장 영입과 함께 당명 개정을 포함한 재창당 수준의 변화를 추진 중이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비대위 체제에서 당명이나 당 색깔 등 기존의 모든 것을 버려 국민에게 새롭게 다가가야 한다"면서 "그 이후에 대선 경선을 열어 후보를 선출함으로써 정권 재창출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현재 유력한 정치일정은 비주류의 탈당 여부를 지켜본 뒤 이달 말 또는 내년 초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당 개혁 작업을 진행하고, 2∼3월께 대선 경선을 하는 것이다.

전당대회 시기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심판과 대선 경선 일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하되, 전대 없이 비대위를 대선 관리형 체제로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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