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당사자들이 공교롭게도 9일 석연찮은 행보를 보이면서 속셈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소환에 순순히 응하지 않았던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이날 특검팀에 자진출석을 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느닷없이 ‘조사 일정 유출’을 문제 삼아 같은 날 예정됐던 대면조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 전 특검팀의 ‘예상 질문’과 전략을 탐색하려고 공범관계로 지목된 두 사람이 사전 교감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바로 '대통령 조사' 예상문제를 살피러 나왔다는 시각이다.

특검팀은 이날 순순히 소환에 응한 최씨가 입을 열지 기대했지만 그는 종전처럼 묵비권을 행사하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변호인을 대동한 최씨를 상대로 박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을 돕고 그 대가로 거액을 지원받은 의혹 등 뇌물수수 혐의를 중심으로 제기된 의혹 전반을 확인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그러나 특검 수사팀의 질문에는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이날 세계일보가 전했다.

이 매체는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최씨의 진술 태도에 관한 질문에 “최순실의 경우 자진 출석한다고 해 특검에서 상당히 기대했지만 여전히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다만, 특검이 질문하는 내용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보도했다.

최씨가 이날 특검에 출석한 것은 지난 2일 특검팀이 체포영장을 집행해 강제소환한 지 일주일 만이다. 최씨는 그동안 “특검이 강압수사를 벌인다”며 출석을 거부하다 지난 7일 특검의 소환에 응하겠다며 돌연 입장을 바꿨다. 청와대 측이 “특검이 비공개로 합의한 대통령 조사 시기(9일) 등을 언론에 유출했다”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예정된 조사를 무산시킨 날과 일치한다.

최씨가 돌연 입장을 바꿔 자진출석한 것을 놓고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음주로 미뤄질 공산이 큰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를 앞두고 최씨가 특검의 증거와 진술, 수사상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선뜻 자진해 소환에 응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측은 당초 이날 청와대 경내에서 대면조사를 받기로 특검과 잠정 협의했으나 특검이 조사 일정을 유출했다고 주장하며 일정 재조율을 통보했다.

한편 특검팀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하면서 영장 재청구를 저울질하고 있다. 특검팀은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최씨를 고리로 삼성그룹 간 뇌물 의혹 등 국정농단 사태 전반에 걸친 사실관계를 확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이날 최씨의 딸 정유라(20)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경희(55) 전 이화여대 총장을 소환 조사했다. 2014년 9월 최 전 총장은 남궁곤(56·구속기소) 당시 입학처장으로부터 정씨가 2015학년도 수시모집 체육특기자 전형(승마)에 지원했다는 보고를 받고 정씨를 뽑으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최 전 총장을 조사해 빠른 시일 내에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남궁 전 처장을 비롯해 이화여대 이인성(54) 의류산업학과 교수, 김경숙(62)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류철균(51)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 등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이대 관계자들은 모두 구속기소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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