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9월 이후 독일로 도피한 최순실(61·구속기소)씨와 차명폰을 이용해 수백차례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청와대 압수수색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검 측은 15일 오전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국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압수수색 검증 영장 집행 불승인처분 취소 효력 정지' 심문기일에서 "청와대 압수수색이 거부되면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수사 자체가 굉장히 어렵게 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특검 측 대리인으로 나선 법무법인 강남 소속 김대현 변호사(51·사법연수원 33기)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2016년 4월18일부터 10월26일까지 최씨와 차명폰으로 590회 통화를 했다"며 "심지어 최씨가 독일에 도피 중이던 상황에서도 127회 통화한 사실이 모두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대통령과 최씨가 은밀하게 연락하기 위해 차명폰을 만들었다"며 "이런 차명폰이 청와대에 보관돼 있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차명폰은 박 대통령과 최씨 모두 가지고 있는데, 같은날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개통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최씨는 독일 도피 중 JTBC의 '태블릿보도'가 나간 이후 박 대통령과 차명폰으로 통화가 되지 않자, 조카 장시호를 시켜 언니 순득씨, 윤 행정관을 연결시켰다"며 "윤 행정관을 통해 박 대통령과 최씨가 통화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당시 통화에서) 박 대통령은 최씨에게 '귀국을 해도 된다'고 했고, 이를 장씨가 전달하는 것으로 했다"며 "이를 증명할 자료가 청와대 경내에 당연히 존재한다"고 청와대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심문 종료 후 취재진을 만나 "압수수색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데 청와대의 불승인에 대해서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부분을 재판부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며 "다만, 행정소송법상 소송여건 부분에 대해 상당이 고민을 할 것 같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청와대 측 주장과 관련해 "충분히 예상 하고 있던 부분이다. 이에 대해 특검 관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고, 그 결과를 오늘 다 말했다"며 "겸허한 마음으로 재판 결과 기다려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1차 수사종료(2월28일) 기한이 다가오는 만큼 법원이 빠른 판단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3일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섰다. 하지만 청와대 측이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를 근거로 불승인 사유서를 내고 거부함에 따라 압수수색 5시간 만에 철수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110조는 군사시설, 111조는 공무상 비밀을 보관한 장소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 압수수색이 불가하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특검팀은 이후 내부 논의를 거친 뒤 지난 10일 행정법원에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흥렬 경호실장을 상대로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 집행 불승인 처분에 관한 취소 소송과 함께 효력정지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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