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경영 비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의 재판이 20일 본격 시작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는 이날 오후 2시 첫 공판기일을 열고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10월19일 검찰이 총수 일가를 재판에 넘긴지 5개월 만이다.

이날 신 회장을 비롯해 신격호(95) 롯데 총괄회장, 신동주(63)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영자(75)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57)씨 등이 한 법정에 모일 전망이다.

다만 고령에 거동이 불편한 신 총괄회장의 출석 여부는 미지수다. 앞서 신 총괄회장은 건강상의 문제로 검찰 조사 때도 소환 대신 방문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관심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있던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이자 총괄회장의 세 번째 여인, 서미경(57) 씨가 법원에 출두할 예정이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에 체류해 그간 재판 출석 여부가 불투명했던 서씨는 전날 검찰을 통해 출석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재판부는 "첫 공판에 피고인이 나오지 않으면 형사소송법상 조치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서씨가 첫번째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구속영장을 발부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서씨 변호인이 "서씨가 여권 무효화 조치를 받은 상태라 재판에 들어왔다가 다시 출국하지 못하게 될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며 "서씨 관련 혐의의 증거조사 기일에만 출석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 씨는 혼인신고 없이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이지만, 신 총괄회장의 각별한 배려로 수 천억 원대로 추정되는 롯데 계열사 주식과 부동산을 갖고 있다.

이날 법원에 불려 나오게 된 것도, 사실 신 총괄회장이 서 씨와 그녀의 딸 신유미(34)의 '몫'을 챙겨주는 과정에서 탈법 혐의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한편 신 회장 등은 이날 검찰의 공소사실에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고, 재판부는 증거조사·증인신문 등에 대한 일정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과 서씨, 그의 딸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과 함께 모두 508억원의 급여를 부당 수령하도록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롯데시네마 내 매점 운영권을 서씨 일가 등에 몰아주는 등 총 774억원의 손해를 회사에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신 총괄회장은 858억원의 탈세, 508억원 횡령, 872억원 배임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또 신 전 부회장은 10년간 한국 롯데 계열사 여러 곳에 등기임원으로 이름만 올리고 391억원 상당의 급여를 부당하게 챙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서씨는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297억원대 증여세를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 서미경, 사실상 세번째 부인…40세차이 신 총괄회장 사이 딸 신유미씨

신 총괄회장의 첫째 부인은 고(故) 노순화 씨로, 1940년 당시 19세의 신 총괄회장과 부부의 연을 맺었다.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간 신 총괄회장은 1948년 6월 롯데의 상징이자 뿌리인 '껌'을 바탕으로 마침내 자본금 100만엔, 종업원 10명의 주식회사 '롯데'를 세웠다.

일본에서 한창 사업을 키워가던 1952년 일본 유력 가문의 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89)씨와 재혼했고, 하츠코 여사와의 사이에서 현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인 장남 신동주(63)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을 뒀다.

이후 신 총괄회장은 1965년 12월 18일 한일 국교 정상화 조인 이후 본격적으로 한국 사업에 나섰고, 1970년대 하이틴 영화 등에 출연한 '미스 롯데' 출신 연기자 서미경 씨를 만났다. 신 총괄회장(95)과의 나이 차이는 거의 40세에 이른다.

혼인신고 없이 사실혼 관계인 신 총괄회장과 서 씨 사이 자녀가 신유미(33) 현 롯데호텔 고문이다,

그동안 서 씨와 딸 신 씨의 구체적 사생활은 수 십 년간 언론에 노출된 적이 없고, 따라서 근황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주로 일본에 거주한다는 정보 정도가 고작이었다.

이 모녀가 다시 주목을 받은 계기는 지난해 6월부터 약 4개월 동안 진행된 검찰의 롯데그룹 비리 수사였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자신의 홀딩스 지분을 2005년부터 2010년 사이 서 씨와 신유미 씨, 이미 구속된 맏딸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 증여하면서 증여·양도세 등 세금을 전혀 내지 않은 혐의로 이들을 기소했다. 서 씨와 딸 신 씨의 탈세 규모는 각각 약 300억 원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서 씨는 신동빈 회장으로부터 롯데시네마 매점을 불법 임대받아 770억원대 부당 이득을 챙긴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수 백억 원의 세금을 뒤늦게 낸다고 해도, 서 씨 모녀의 재산은 현재 수 천억 원대로 추정된다.

검찰과 재계에 따르면 서 씨와 신 씨는 각 개인 지분과 모녀 소유회사(경유물산) 지분을 더해 6.8%의 롯데홀딩스 지분을 갖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일본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사실상 '지주회사'와 같다.

서 씨 모녀의 지분은 당초 신 총괄회장의 것이었으나,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1997년 이후 모녀에게 양도, 편법 상속을 통해 지분을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현재 서 씨 모녀 지분(6.8%)은 신 총괄회장(0.4%)뿐 아니라 신동주 전 홀딩스 부회장(1.6%), 신동빈 롯데 회장(1.4%) 보다도 많은 셈이다.

롯데홀딩스가 비상장사라 정확한 주식 가치 평가가 어렵지만, 지난해초 홀딩스 주총을 앞두고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이 종업원지주회를 '주식 배분'으로 회유하면서 제시한 롯데홀딩스 상장 시 전체 주식 가치(1조1천억엔, 약 11조원)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무려 서 씨 모녀의 지분(6.8%)의 가치는 7천50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2015년 기준으로 서미경 씨와 딸 신유미 씨는 각각 약 340억 원, 180억 원 상당의 부동산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공시지가 기준 집계여서 실제 부동산 가치는 이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서 씨 소유의 주요 부동산은 반포동 5층 빌딩, 삼성동 유기타워, 방배동 4층짜리 빌라 롯데캐슬 벨베데레, 종로구 동숭동 공연장 유니플렉스 등이다.

서 씨가 지분을 가진 유기개발은 롯데백화점 내 식당가에서 유원정(냉면), 유정(비빔밥) 등의 식당까지 운영해 '일감 몰아주기', '특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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