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중학생 딸의 친구를 죽이고 시신을 유기한 ‘어금니 아빠’. 사건이 알려진 지 일주일 전까지 이영학(35)씨는 딸을 극진히 보살피던 ‘천사 아빠’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수면제에 취한 피해 여중생 김아무개(14)양에게 하루 정도 음란행위를 하다 수면제에서 깨어난 김양이 놀라서 반항하자 살인마로 돌변했다.

12일 국민일보와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지난달 30일 낮 12시 20분께 자신의 딸(14)에게 딸의 초등학교 동창인 김양을 중랑구 망우동 집으로 데려오게 시켰다. 이어 드링크제에 넣어둔 수면제를 먹은 김양이 잠이 들자 안방으로 옮겨 눕힌 이씨는 김양의 옷을 벗겼다. 이때부터 이씨의 행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는 김양의 몸을 만지고 더듬는 한편 입맞춤을 하며 음란행위를 즐겼다. 행위 도중 지치면 피해자를 끌어안고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면 이러한 행위를 다시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성기능 장애를 지니고 있어 성폭행은 불가능했다. 이물질을 사용하는 등 변태적인 행위도 없었던 것으로 이씨의 진술과 김양 시신에 대한 부검 결과 확인됐다.

◇경찰 체포 일주일… 매일 늘어난 의혹들

이씨는 지난 5일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다세대주택에서 체포됐다. 딸과 함께 수면제를 과다 복용한 상태였다. 이씨는 지난달 30일 딸과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여중생 A양(14)을 살해한 뒤 시신을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부녀를 급히 병원으로 옮겼고, 먼저 정신을 차린 이씨에게서 A양의 시신을 유기한 장소를 확인했다. 다음날 A양은 강원도 영월의 한 야산에서 발견됐다.

‘거대백악종’을 앓는 이씨와 딸은 2006년부터 희귀난치병 가족으로 매스컴에 소개됐다. 이씨는 거듭된 수술로 어금니 하나밖에 남지 않아 ‘어금니 아빠’로 불렸다. 그는 딸의 치료비를 위해 국토대장정을 하고, 가족의 사연으로 책까지 낸 ‘천사 아빠’였다.

중학생으로 성장한 딸은 그런 아빠의 말을 그대로 따랐다. 사건 전날 초등학교 동창 여러 명에게 “할머니 집에서 놀자”고 문자를 보냈고, 집에 놀러온 A양을 아빠와 단 둘이 남겨놓고 외출했다. 지난 1일 오후 이씨가 시신이 든 것으로 보이는 큰 가방을 차량에 실을 때에도 딸은 아빠를 도왔다. 이 장면이 담긴 CCTV가 공개되면서 딸이 공범인가를 두고 의문이 증폭됐다.

 
◇‘아내따라 자살하려 했다’ 이씨가 남긴 영상

지난 7일 이씨가 딸과 함께 ‘동영상 유서’를 남겼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씨는 영상에서 ‘아내의 자살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준비한 약을 A양이 모르고 먹었다’며 A양의 죽음이 사고라고 주장했다.

이씨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들도 뒤늦게 알려졌다. 이씨는 사건 2주전부터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호소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했다. 아내의 영정사진을 들고 노래를 부르거나, 제를 올리는 모습이다. 사건 직후 이씨의 개인 홈페이지에는 자살을 암시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글은 이씨의 형이 대신 올린 것이다.

그러나 1차 부검 결과는 이씨의 주장과 달랐다. 끈에 의한 ‘질식사’. 이씨의 집에선 끈, 드링크 병, 라텍스 장갑 등이 발견됐다. 계획 살인에 무게가 실렸다. 법원은 지난 8일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이씨의 도피생활을 도운 혐의로 지인 박씨도 함께 구속됐다. 박씨는 이씨가 시신을 유기하고 강원도 등으로 이동할 때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도주에 이용한 차량 역시 박씨 소유였다.

◇집에서 발견된 음란기구... ‘성적 학대’ 의혹

경찰은 이씨가 부인 최모(32)씨의 자살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살인을 저지른 점에 주목했다. 최씨는 지난달 1일 이씨의 의붓아버지로부터 8년간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서를 찾았다. 그리고 4일 후 자택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씨가 남긴 유서에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 등 여러 사람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이씨가 “증거를 확보해야 하니 (가해자와) 성관계를 가져라”고 종용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씨의 집에서는 여러 개의 음란기구가 발견됐다. A양과 아내의 죽음이 모두 이씨의 ‘성적 취향’과 연관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씨는 아내의 시신에 입을 맞추는 영상을 찍어 언론사에 제보하는 엽기적인 행각을 보이기도 했다. 아내가 죽은 지 20여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 그는 아내가 성폭행을 당하고 투신했다면서 아내의 장례비용과 딸의 수술비 3500만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찰은 최씨의 시신에 상처가 있던 점으로 미루어 이씨가 최씨를 폭행했거나 자살을 방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고급 외제차에 전신 문신… 성매매 알선까지

사건이 불거진 후 이씨가 온라인의 남긴 비정상적인 행적들이 속속 알려졌다. 이씨의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외제차와 명품 지갑, 온몸을 문신으로 도배한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이씨가 외제차를 중고로 팔거나 수천만원을 들여 차량을 개조한 사실도 인터넷에 남긴 글을 통해 확인됐다.

청소년들에게 접근을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씨는 2011년 청소년들의 성 관련 질문 글에 집중적으로 댓글을 달며 연락을 유도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10대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외제차 사진과 함께 ‘14세부터 20세 아래 미만’ ‘개인룸‧샤워실 제공’ ‘개인문제 가정 학교문제 상담’ 등의 글을 올리며 노골적으로 미성년자들을 유인했다.

이씨가 A양을 살해하기 전 아내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씨는 일종의 ‘포주’ 노릇을 하며 온라인으로 성매매 여성들과 성매수자를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의 클라우드 계정에서 성관계 동영상을 여러 건 발견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상태다. 여기에는 이씨 아내가 다른 남성과 함께 등장하는 영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금니 아빠’와 딸, 입을 열다

A양의 사체에서 수면제인 졸피뎀 성분이 검출되면서 이씨의 범행 방법은 상당 부분 드러났다. 이씨 부녀는 수면제를 가루 형태로 만들어 두 개의 드링크 병에 옮겨 담아 냉장고에 보관한 뒤 피해자가 도착하자 드링크를 권해 마시도록 했다. 이후 이씨는 딸과 함께 잠든 피해자를 자신의 안방에 옮겼고, 살해 후 시신을 옮겨 영월의 야산에 유기했다.

검거 당시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의식을 잃었던 이양은 지난 9일에서야 회복했다. 이양은 “아빠가 친구에게 전화해 집으로 오라고 했다. 밖에 나가 노래방 등에서 시간을 보내다 들어왔는데 친구가 죽어 있었다”고 말했다.

횡설수설하며 진술을 거부하던 이씨는 지난 10일 범행을 시인했다. 이씨는 A양이 집에 온 당일이 아닌 다음날 딸이 외출한 사이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A양이 이씨의 집에 찾아온 것은 지난달 30일 낮 12시 20분쯤. 살인은 다음날 오전 11시53분부터 오후 1시44분 사이에 이루어졌다.

미스터리했던 범행동기는 무엇이었을까. 이씨는 12일 추가조사에서 입을 열었다. 그는 잠든 A양의 옷을 벗기고 A양을 상대로 하루 정도 음란행위를 계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행위 도중 지치면 피해자를 끌어안고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면 이러한 행위를 다시 시작했다. 딸은 아빠가 안방에서 무슨 행동을 하는지 아예 들여다 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성기능 장애를 가지고 있어 성폭행은 불가능했다. A양 시신 부검 결과 이물질을 사용하는 등 변태적인 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날 오전 수면제 약효가 떨어지자 A양이 잠에서 깨어났다. A양이 소리를 지르며 격렬하게 저항하자 이씨는 끈 같은 도구로 A양을 살해했다.

이씨는 이런 행위를 저지른 이유에 대해 “A양을 보면 아내 최씨가 연상됐기 때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딸의 친구 중에서도 A양을 특별히 예뻐하고 좋아했다고 한다.

한편 법원은 이날 오후 이양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진술태도와 건강상태 등에 비춰볼 때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양은 사체유기 혐의과 함께 수면제가 들어 있는 음료수인 것을 알면서 A양에게 전달하는 등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씨에 대한 구속 시한이 15일인 점을 감안해 13일 오전 중에 이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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