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 수감된 이후 처음으로 발언한 내용이 언론에 공개됐다.

26일 중앙일보는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은 최순실에게 속았을 뿐”이라며 최순실에 대해 “내가 속은 것 같다. 내가 참 많은 걸 몰랐다”고 유영하 변호사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이 대통령 앞에선 다소곳했고 심부름도 잘 했기 때문에 자기 앞에서 하는 행동과 밖에서 하는 게 완전히 달랐다는 걸 상상도 못 했다고 유영하 변호사는 전했다.

수감 생활과 관련, 유 변호사는 “매트리스에서 자는데 허리가 아파서 밤에 한 두 시간마다 잠을 깬다고 한다. 통증이 가실 때까지 서 있다가 다시 잤다가 또 깨고 한단다. 내가 허리 때문에 구치소 측에 침대를 넣어 달라고 했는데 특혜라고 안 된단다. 병사(病舍)에 갈 수 없으니 대신 침대 좀 놔달라는 게 왜 특혜냐. 식사도 짠 음식이 많아 김치를 물로 씻어서 조금 먹는 정도라고 한다. 구치소 측에 물어보니 매번 3분의 1 정도밖에 못 드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재판 안 나오는데 뭘 하며 생활하나’란 질문에는 “주로 독서를 한다. 내가 넣어드린 『대망』 얘기가 언론에 잠깐 나오기도 했는데 『지리산』 『객주』 『토지』 같은 소설을 보셨다. 문화 관련 책이나 영문 잡지도 보신다. 얼마 전엔 허리가 아프니 통증을 다스리는 방법이 적힌 책을 좀 구해 달라고 하시더라. 구치소에서 잠깐 틀어주는 방송 말고 신문이나 일반 방송은 일절 안 보신다.”고 답했다.

유영하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경찰·민정수석 등 보고받는 데가 많은데 최순실 관련 보고가 전혀 없었냐”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그런 보고를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 왜 사람들이 나한테 아무도 그런 얘기를 안 해줬을까”라며 안타까워하며 여러 번 말했다고 유영하 변호사는 전했다.

삼성 문제 등이 본격적으로 터지면서 그때서야 박 전 대통령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박 전 대통령과 유영하 변호사는 주장했다.

2016년 9월쯤 ‘비덱’(최순실씨 모녀의 독일 개인금고 역할을 한 페이퍼 회사) 문제가 터졌을 때 박 전 대통령이 독일에 있던 최순실씨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묻자 최순실이 대뜸 “비덱이 뭐예요?”라고 잡아뗐다고도 말했다. 이 때문에 이때까지도 박 전 대통령은 ‘언론이 없는 일을 만들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유영하 변호사는 전했다.

그러나 2017년 1월까지도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기자간담회, 정규재TV 인터뷰 등을 통해서 ‘모든 일을 누군가 엮었다’면서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에도 최순실에게 속았다는 해명으로 선을 긋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정치적 음모의 희생양이라는 점을 강조했던 것과 상충되는 발언인 셈이다.

끝으로 ‘결과적으로 임기도 못 마치고 구속까지 됐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 심경이 여러 가지로 복잡할 것 아니냐’는 질문에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은 관저에서 일할 때가 제일 좋았다고 하더라. 내가 ‘너무 일만 하신 거 아니냐’고 하자 박 전 대통령이 ‘확인을 안 하면 일이 안 되더라. 확인해야 일이 돌아가고, 나중에 잘 되면 그게 보람이었다’고 말했다. 또 ‘내가 임기를 못 마치고 나올 줄 알고 그렇게 휴일도 없이 일만 했나 하는 생각이 요즘엔 가끔씩 든다’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앙일보 역시 인터뷰 전문을 보도하면서 ‘사실 관계에 대한 논란이 생길 수도 있지만 첫 인터뷰인 점을 감안해 가급적 그대로 반영했다’는 단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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