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일보 캡쳐)
[김승혜 기자]1980년대 미스코리아 대회에 고등학생 신분으로 출전해 미스코리아 상을 받은 김현미(가명)씨가 30여년 전 당시 유명 남자배우로부터 당한 성폭행의 기억을 털어놨다.

18일 조선일보는 "김씨는 충격적인 성폭행 이후 한 방송사의 공채 탤런트로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다. 어느 날, 김씨는 사라졌다. 떠난다는 선언도, 떠나야 하는 이유도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그녀가 알려진 집안의 며느리가 되었고, 자녀를 출산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 사실도 언론에 보도된 적은 없다."며 "그녀가 36년 만에 기자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미투( #Me Too)였다."고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김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1980년대 초반이었어요. 미스코리아 전속(대회에 입상을 하면 1년간 주최 측의 행사만 참가하는 규칙이 당시에는 있었다)이 풀려 여러 여성잡지들과 화보 촬영을 하며 연예계 데뷔를 앞두고 있을 때였어요. 하루는 여의도 야외에서 가을 의상을 주제로 한 촬영이 있었어요. 저만 촬영하는 게 아니라 남자 모델과 촬영하는 화보였는데, 그 상대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바로 그분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대학에 갓 들어간 어린애였고요. 그분은 워낙 유명했던 분이라 바쁘시다면서 저랑 함께 촬영하는 이른바 ‘투 샷’을 먼저 촬영하고 가셨어요. 가시면서 저보고 촬영을 끝낸 후 뭔가를 가지고 여의도에 있는 한 관광호텔로 오라고 했어요. 어두워진 시간이었지만 집이 여의도였기 때문에 겁없이 그 호텔로 갔습니다. 만남의 장소가 호텔 로비 커피숍이겠거니 했는데 그분이 없었어요. 호텔 방으로 올라오라는 전갈을 받고 어떤 의심도 없이 올라갔습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술 냄새가 풍겼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저를 강압적으로 침대에 눕혔습니다. 대학교 1학년, 열아홉 나이에 뭘 알겠어요? 저는 너무 놀라 저항을 할 수 없었습니다. 왜 남들은 그러잖아요? 왜 가만히 있었느냐고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정말 하늘이 노랗게 변했고, 온몸에 힘만 주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온몸에 멍이 들어있었어요. 그분이 한 손으로는 제 목과 가슴을 압박하고, 또 한 손으로는 제 몸을 만지고 청바지를 벗기려고 애를 썼습니다. 저는 온몸이 굳어, 제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저 좀 살려주세요. 저는 이런 적은 절대로 없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부탁입니다”라고만 했어요. 그분은 멈추지 않았고, 저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소름 끼치는 신음 소리를 내면서 저를 온몸으로 짓눌렀습니다. 어느 순간, 조금 벗겨진 제 청바지 위로 축축함이 느껴졌습니다. 지난 36년간 저는 그 불결했던 그 축축함에 대한 느낌을 지니고 살아야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가슴에 묻어뒀던 이야기를 세상에 드러낸 이유에 대해 “저도 이 계통의 일을 했던 사람이잖아요. 그분이나 그분의 아내에 관한 소식을 매스컴, TV를 통해 볼 때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분을 어떻게 하겠다 하는 그런 생각보다 그 기억을 지우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그 기억과 스칠 때 그냥 눈물부터 납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 겁니다.”라고 밝혔다.

또 그 일이 있은 후 가족이나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지는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도망쳐서 집에 왔어요. 어떻게 왔는지도 기억이 안 나요. 집에 와서 어머니에게 이야기했어요. 당황한 어머니는 “어떻게 하면 좋냐”면서 “지금 당장 쫓아가겠다”라고 했어요. 그러면서도 어쩌지 못했죠. 당시 아버지의 성격이 다혈질이셨기에 만약 그 일이 알려졌다면 큰 사단이 났을 거예요. 그때는 그런 일 당하면 연예인은 물론 여자로서 살아가기 힘든 시절이었으니까 엄마는 저를 걱정하셔서 그랬던 것으로 이해해요.”라고 했다.

이어 그는 ‘그분’의 아내와도 함께 드라마 출연한 것에 대해 “그분, 그리고 그 분위기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오락 프로그램에 눈을 돌렸고, 가요프로그램 MC로 활동했어요. 그런데 저를 아끼던 드라마 PD분이 준비하던 드라마에 캐스팅 제의를 받았어요. 하필이면 그분의 아내분과 함께 출연하는 드라마였어요. 그런데 어쩔 수 없이 거의 모든 신이 딱 붙어 있어야 하는 그런 역할이었어요. 출연하기 싫었지만, 그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어요. 아내분에게 그 일을 이야기할 수도 없었고 너무 고통스러웠지요. 이후에 그분과 그분 아내가 캐스팅되지 않은 단막극에만 출연했어요. 아직도 사람들이 기억하는 장수 드라마 출연을 여러 번 제안받았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이 세계는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떠났죠. 그 이후로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살아왔어요.”라고 했다.

김씨는 성폭행 이후 가해자인 남자배우의 사과가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제가 요구해야 했나요? 자신의 잘못에 대해 알아야 하지 않나요? 마음만 있었다면 나에게 미안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순간들은 얼마든지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뒤에서 낄낄거리고, 그 시선들... 제가 그 시선을 느꼈을 땐 그만한 느낌이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그 자체를 용서할 수 없는 거예요. 그런 일을 저질렀다면 조용히 저를 불러서라도 이야기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얼마나 기회가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사죄하고 잠을 못 잔다고요? 그게 말이 돼요? 그래서 식사하자고요? 그게 사과인가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최근에 '요즘 #metoo 운동으로 온 세계가 이슈가 되고 있죠. 저도 오래전 힘들었던 일로(여의도 관광호텔 일 기억하시죠?) 어린 나이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힘들었던 일들, 모든 것이 고통스러워서 도망치고 싶었던 기억들이 오랜 세월 지나도 잊혀지지 않고 있어요’라고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이에 "답이 왔냐"는 기자의 물음에 “‘정말 오래간만이네요! 35년 됐나요? 얼굴 보고 식사라도 하며 사과도 하며~ 편한 시간 주시면 약속 잡아 연락드릴게요”라고 답장이 왔어요.(사건이 일어난 때를 김씨는 36년 전, 가해자쪽은 35년 전 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 말에 화가 나서 제가 답장을 안 했더니, ‘진심을 담아 사과하고 싶네요. 너무 힘들어 꼼짝 못하고 누워있네요!’라고 왔는데 더 화가 났어요. 저는 지난 세월 얼마나 아팠는데, 지금 ‘너무 힘들고 아파서 누워있는데’ 저보고 어쩌라고요? 저의 고백으로 그분이 잠이 안 오고, 아픈 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그건 그분의 몫이지요. 왜 당한 제가 그것까지 생각하고 배려해야 하나요.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요? 난 30여 년 간 너무 힘들었는데, 그것까지 제가 배려하고, 제 몫으로 돌리는 건 옳지 않다고 봐요.”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한편 이날 인터넷 상에는 가해자로 지목된 '유명 남자배우'에 대해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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