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케팅컨설팅그룹 ㈜휴비온 이성래 대표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말이 있다.

말만 잘하면 어려운 일이나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해결할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말이 고마우면 비지 사러 갔다가 두부 사온다’, ‘말 한마디가 대포알 만 개도 당한다’,

‘말 한마디로 사람이 죽고 산다’ 등 말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우리 속담은 아주 많다. ‘말’ 즉 이야기의 중요성을 우리 선조들도, 아리스토텔레스도 이미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말 한마디가 대포알 만 개도 당한다’는 속담은 고려시대 서희 장군의 일화를 통해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서희 장군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말로 대포를 이긴 서희 장군은 문과에 급제한 외교가이자 문신으로 오늘날까지 존경받는 인물이다.

고려 태조 왕건 25년, 거란은 고려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친선의 의미로 낙타 50필을 보냈다. 그러나 태조 왕건은 사신을 모두 귀향 보내고 낙타는 개성 마나부교 다리 밑에서 굶어 죽게 했다. 거란과 국교를 단절한 것이다. 이 사건이 빌미가 되어 훗날 거란은 80만 대군을 이끌고 고려를 점령하기 위해 쳐들어왔고 서희 장군이 적장 소손녕과 담판을 짓겠다며 자청하고 거란 진영으로 들어갔다.

소손녕 장군 “그대 나라는 신라 땅에서 일어났고 고구려 땅은 우리의 소유인데 그대들이 나라를 침략했고 또 우리와 국경이 맞닿았는데도 바다를 넘어 송나라를 섬기고 있소. 우리에게 땅을 바치고 섬긴다면 무사할 것이요.”

서희 장군 “장군의 말은 틀렸소. 고려는 고구려의 후손이며 이 땅의 주인이오. 국호를 고려라 정하고 평양에 도읍을 정했으니 만일 영토의 경계로 따진다면 당신네 나라의 수도가 모두 우리 국경 안에 있거늘 어찌 침략이라 하리오. 압록강 내외도 또한 우리 경내인데 지금 여진이 가로막고 있어 몹시 불편하오. 만일 여진을 내쫓고 우리 옛 땅을 돌려보내 도로를 통하게 한다면 우리도 이쯤에서 물러서겠소.”

서희 장군은 고려의 건국이념인 ‘남방통일과 고구려 구토의 회복’을 역설하고 강경히 철군을 요청했다. 소손녕은 서희 장군의 기개에 위압감마저 느낀 데다 마침 청천강 남쪽의 전투에서 거란군이 패배해 군대의 사기가 저하되어 고려의 강동 6주의 300리 지역을 고려에 넘겨주고 철군하게 된다.

우리의 영토가 압록강변까지 넓혀진 것도 이때부터다. 두 장군의 담판 이전까지만 해도 고려는 유리한 상황이 아녔다. 자칫하면 나라를 빼앗기고 거란의 속국으로 지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고려의 중신들은 거란과 화의를 청하자는 의견을 쏟아내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서희 장군은 주변 국가와의 이해관계를 누구보다 현명하게 판단하고 기개와 위엄으로 적장과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수십만의 대군보다 그 어떤 무기보다 이야기가 강한 힘을 발휘한 사건이다. 그렇다. 이야기에는 에너지가 있고 힘이 있다. 살아서 꿈틀거리고 천리만리를 넘나들며 소식을 전하고 감동을 전한다.

지혜로운 우리 선조들은 일찍이 이야기를 ‘이어약(利於藥)’이라 했다. ‘약보다 더 이로운 것’이라는 뜻이다. 이를 마케팅에 응용한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며, 이미 우리 선조들이 활용했던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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