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낙연 대표
[김민호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벽두에 수감 중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띄웠다. 
 
이 대표는 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참배한 뒤 기자들이 전직 대통령 사면 건의 의사에 대해 묻자 마찬가지로 "적절한 시기에 대통령께 건의드릴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동안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은 여권에 있어서 '금기어'로 취급돼 왔다. 핵심 지지층의 거부감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왜 전직 두 대통령의 사면론을 제기한 것일까
 
먼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지난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대법원 재항고심 판단이 나온다. 이날 형이 확정되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4월 기소된 지 3년 9개월 만에 모든 법정 다툼을 끝내게 된다. 형이 확정돼 사면이 가능한 상태가 된다. 특별사면은 형이 확정된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이 대표는 국회에서 진행된 뉴시스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이 부자유스러운 상태에 놓여 계시는데 적절한 시기가 되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께 건의드릴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말한 '적절한 시기'는 박 전 대표의 14일 대법원 재항고심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집권 말기 '국민통합'을 키워드로 대권가도에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평가다. 
 
또 극심한 진영 갈등 속에서 자신만의 승부수를 띄운 것이란 해석도 내놓고 있다. 이 대표는 강성 지지층이 '협치'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며 거여(巨與)의 밀어붙이기를 주문하는 상황에서도 '네가 있어 내가 있다'는 의미의 우분투(ubuntu) 협치를 화두로 던진 바 있다. 최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회동에서는 문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일련의 협치 행보에 사면론까지 더해 국민통합을 자신만의 대선 어젠다로 가져감으로써 경쟁자들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동시에 판을 흔들어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당내 여론을 하나로 모으고 핵심 지지층의 반발을 어떻게 수습할 것이냐는 쉽지 않은 과제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따라 승부수가 될 수도,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당내 유력 경쟁자인 이 지사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사면 금지'를 천명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 경선에서 사면론을 둘러싼 양측의 대결이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이유로 이 대표의 사면론은 그 자신의 대선 승부수를 넘어서 문재인 정부의 임기 후반부 국정 동력 확보용 포석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 대표가 지난달에만 문 대통령과 두 번 독대를 했다는 점에서 모종의 교감이 있지 않았겠냐는 추측에서 기인한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문 대통령께 사면을 건의하겠다는 이 대표의 얘기는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 없던 내용"이라며 "공식적인 건의부터 이뤄진 뒤에야 추후 논의를 하든말든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개각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최근 두 차례 문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적어도 이 대표 차원에서의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언급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다음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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