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속인 심진송
심진송의 어머니는 이불 호청을 뜯어 싸늘하게 식어버린 어린 딸의 몸을 덮어주었다. 이제 겨우 다섯 살에 죽음을 맞은 딸이 너무 측은하고 가여워 방 윗목에다 내버려 두었다. 추운 겨울 그냥 야산에 내다 묻기가 너무 안타까워서였다.

“그때부터 사흘 동안 나는 멀고 먼 사후세계를 헤맸습니다. 어둡고 침침한 길을 벗어났더니 검은 빛깔의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었습니다. 밑으로 아득한 벼랑이 있는 외나무다리를 건너갔더니 길이 넓어지면서 숲이 우거지고 예쁜 새들이 지저귀는 무릉도원이 나타나더군요, 동양화에 나오는 한 폭의 풍경같은 그 곳에는 천도복숭아도 열려 있었습니다.”

심진송은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큰 대문이 있는 집으로 들어섰다. 그 때 허연 수염을 한 노인이 불쑥 심진송 앞에 나타났다.

“너, 어째서 여기 왔느냐?”

“글쎄요, 나도 모르겠어요.‘

노인은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마른기침을 했다.

“넌 아직 여기 올 때가 안됐으니 집으로 돌아가거라.”

순간 심진송은 두려워졌다. 어떻게 집을 찾아간단 말인가.

“할아버지, 어떡해요?”

노인은 걱정 말라면서 검은 강아지 한 마리를 끌고 나왔다.

“이 강아지가 너를 인도해 줄거야.”

심진송은 고맙다는 인사를 한 다음 눈 위에 노란 털점이 있는 강아지를 앞세워 다시 외나무다리를 건넜다. 다리 중간쯤 왔을 때 심진송은 노인 쪽으로 뒤돌아봤는데, 순간 온 몸이 기우뚱하면서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았다.

“내 강아지, 엄마. 강아지 잡아줘.”

물에 빠진 심진송은 강아지 줄을 잡기위해 발버둥치면서 울부짖었다.

“아니, 세상에. 여보 기적이 일어났어요. 죽었던 진송이가 살아났어요.”

이불 호청에 감긴 채 사흘 동안 건넌방 윗목에 누워있었던 심진송이 강아지를 찾으면서 벌떡 일어나자 그녀의 어머니는 까무러치듯이 놀랐다.

‘진송아, 너 정말 살아난거니?“

심진송의 어머니는 어린 딸을 껴안고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심진송은 어리둥절해 눈만 껌뻑거렸다.

"어머니는 죽었다 되살아났다지만, 나는 그때 깊은 꿈을 꾸다가 깨어난 것 같았어요. 잠시 잠들었을 뿐인데 부모님들이 왜 난리를 치실까 의아했어요. 그게 내가 사후세계를 처음으로 경험했던 일이었지요. 사흘 동안 꿈속에서 나는 계속 날아다녔어요."

다시 삶을 되찾은 심진송은 여느 평범한 아이들로 되돌아갔다. 그녀는 또박또박 말도 잘하고 상냥해 어른들로부터 귀여움을 많이 받았다. 초등학교도 같은 또래의 동네 아이들보다 일찍 여섯 살 때 들어갔다. 그러나 사후세계를 경험한 후부터 몸이 허약해져 진송은 시름시름 자주 병을 앓았다. 진송의 부모는 자주 병원을 찾는 외동딸 때문에 잔주름이 깊어갔다.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진송은 가슴 병을 앓기 시작했다, 급기야 중2때는 폐결핵 3기로 다시 한 번 ‘죽음의 선고’를 받았던 것이다. 창백한 얼굴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지내던 어느 날, 진송은 잠들었다가 그만 깨어나지 못했던 것이었다. 날이 밝은 지 오래 됐는데도 진송의 방에서 기척이 없자, 그녀의 어머니는 황급히 방문을 열고 들어가 딸을 흔들어 깨웠다. 그러나 진송에게선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진송의 어머니는 순간 옛날에도 한 번 딸이 사경을 헤매다 회생한 기억이 떠올라 덜컥 겁부터 났다. 어머니는 부랴부랴 사람들을 불러 영종면 진료소로 딸을 데리고 갔다. 그러나 진료소 의사도 이미 숨이 끊어진 것 같다며 고개만 가로저을 뿐 대책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진송을 업고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는 딸을 방에다 눕혀 좋고 열심히 기도를 했다. 다섯 살 때의 기적이 다시 한 번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진송의 어머니는 외동딸의 시신(?) 앞에서 밤을 지세며 눈물의 기도를 올렸으나, 진송은 여전히 ‘죽음보다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도 나는 긴 꿈을 꿨어요. 작은 포구에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는데, 넓은 바다는 온통 연초록빛이었어요. 노를 젓느라 기진맥진했을 때쯤 간신히 물에 도착했는데, 어쩐지 눈에 익은 곳이었어요. 꽃들이 활짝 피어나 있는 숲 길 사이를 걸으며 탐스럽게 달린 천도복숭아를 보는 순간 내가 다섯 살 때 왔던 바로 그 곳이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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