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39· 고등과학원 석학 교수)
[정재원 기자] 한국계 수학자로 5일 첫 필즈상 수상 영예를 안은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39· 고등과학원 석학 교수)는 198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고려대 통계학과 허명회 명예교수, 어머니는 서울대 인문대학 노어노문학과 이인영 명예교수로 함께 미국 유학을 하던 중 출생했다.
 
허 교수는 서울 방일초등학교, 이수중학교, 상문고등학교(중퇴) 등 국내에서 초중고를 나왔다. 이어 2007년에는 서울대 수리과학부 및 물리천문학부 학위를, 2009년에는 같은 학교에서 수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필즈상 수상자 대부분이 어렸을 때부터 천재성으로 두각을 나타낸 것과 달리 허 교수는 어렸을 때 수학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고 한다. 사립 초등학교에 진학했으나 적응하지 못하고 동네 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초등학교 때에는 수학 문제집 뒤 페이지에 있는 답지를 베끼다 아버지에게 혼나던 '수포자'(수학 포기자)였다고 한다. 
 
자신의 수학적 재능을 몰랐으며 시인, 과학기자 등 다른 진로를 고민하며 진로에 대해 방황하기도 했다. 실제 고등학교 때 시인이 되고 싶어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을 간 일화는 유명하다. 
 
수학의 즐거움을 안 것은 대학교 때부터다. 역시 필즈상 수상자인 일본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가 서울대에서 연 수학 강의를 들은 것이 계기였다. 허 교수는 히로나카 교수의 조언에 따라 수학과 대학원에 진학하고 미국 일리노이대학으로 유학을 갔다.
 
허 교수는 2012년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던 대학원 첫해에 50년 가까이 지구상 누구도 풀지 못한 수학계의 난제였던 '리드 추측'을 해결해 '수학계 스타'로 떠올랐다. 리드 추측은 1968년 영국 수학자 로널드 리드가 제시한 조합론 문제다. 이어 '로타 추측', '메이슨 추측', '다우링-윌슨 추측' 등 난제를 하나씩 증명해 갔다.  
 
허 교수는 조합 대수기하학(combinatorial algebraic geometry)을 통해 조합론의 난제를 해결하고 대수기하학의 토대가 더욱 확장되도록 새 지평을 연 공로를 인정받아 이번에 한국계 최초로 필즈상 수상의 쾌거를 거뒀다.  허 교수의 연구 업적들은 정보통신, 반도체 설계, 교통, 물류, 기계학습, 통계물리 등 여러 응용 분야의 발달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프린스턴대에 부임하기 직전엔 6년간 프린스턴 고등연구소(IAS) 장기 연구원과 방문 교수로 있었다. IAS는 아인슈타인 등 세계 최고 지성이 거쳐 간 곳이다. 2020~2021년엔 스탠퍼드대 교수로도 있었다. 한국 고등과학원(KIAS) 석학교수이기도 하다.
 
허 교수는 앞으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국내외 수학자들과 활발한 연구활동을 한층 넓혀나갈 계획이다. 
 
허 교수는 "제게 수학은 개인적으로는 저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이해해가는 과정이고, 좀 더 일반적으로는 인간이라는 종이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또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하는 일입니다"라면서 "저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일에 의미 있는 상도 받으니 깊은 감사함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한편,  필즈상은 수학자가 받을 수 있는 가장 영예로운 수학분야 최고 권위 상으로,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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