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내놓은 '2014년 세법개정안'을 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6일 기획재정부는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세부담을 늘리고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에 대한 세부담을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기업 소득을 가계 부문으로 흘러들게 유도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이를 위해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 3대 패키지를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키로 했다.

이에 대해 대기업들은 내수진작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하고 일몰시한을 갖는 한시적인 제도로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기업소득환류세제(사내유보금 과세) 등 근본적으로 기업의 활동과 투자를 저해할 수 있는 요인들은 지속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기업소득환류세제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이익의 일정 부분을 투자, 임금 증가, 배당으로 활용하지 않은 기업에 10% 세율로 법인세를 추가로 부과토록 하고 있다.

적용 대상은 중소기업을 제외한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 법인과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기업으로, 전체 기업 중 1%에 해당하는 4000개 정도의 기업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10대 그룹 81개 상장사의 사내유보금은 516조원, 유보율은 1734%에 이른다.

기업의 이익을 투자, 배당, 임금 등을 통해 가계로 흘러가게 하고 가계의 소비 여력을 높여 내수를 부양하겠다는 취지이나, 기업들은 유보금 압박으로 내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뿐 더러 기업의 이익 성장동력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사내유보금 과세로 인해 기업 부담이 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기업에게 유보금이란 것은 대규모 투자를 위해 준비해두는 일종의 투자금인데, 유보금에 과세를 한다는 것은 기업으로서는 투자에 나서는 데 또 다른 부담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처음 정부가 내놓은 안보다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수정이 된 것 같다"며 "하지만 산업별, 기업별 처한 환경이 다르고 각 기업들은 자사의 상황에 맞게 투자계획과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과 제도에 따라 천편일률적으로 기업의 활동을 규정하려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새롭게 도입되는 기업소득환류세제의 목적이 세수확보가 아닌 만큼 기업 국내외 투자 확대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기업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기본공제율 축소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올해 세법개정안은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세제개편으로 평가한다"며 "특히 지방투자와 서비스업에 대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과 안전설비투자세액공제 확대를 통해 고용창출과 안전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중소기업 회원사 비중이 높은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번 세법개정안에 대해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특히 대한상의와 중기중앙회는 중소·중견기업 가업승계 지원이 투자 촉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중소기업에 대해 지역, 업종, 규모별로 산출세액의 5~30%를 감면하는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 제도를 3년간 연장하고,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체의 설비투자에 대한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가속상각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한상의는 논평자료를 통해 "올해 세법개정안으로 중소·중견기업 가업승계 지원 개선 등은 투자를 촉진하고 기업의욕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기중앙회도 "특히 가업상속공제의 대상 확대와 요건 완화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중기청은 "사전증여특례의 확대된 한도는 상속공제에 비해 많이 부족하며, 증여 후 상속시점에 증여세 환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30억 초과분에 대해 현재보다 높은 세율을 부과하게 되면 사실상 제도의 활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도 "향후 유보소득기준율, 과세 제외 소득활용 용도 등 구체적인 제도 내용은 다양한 기업 현실이 반영될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설계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또 중소기업들은 임금 증가분 세액공제 신설, 접대비 한도 확대 등의 시행이 투자 확대 및 소비촉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정안은 중소기업에 대한 접대비 손금산입 기본 한도를 2016년 12월31일까지 연간 1800만원에서 2400만원으로 확대하고, 중소 제조업체가 수입하는 공장자동화 기계에 대한 관세감면율을 2015년 12월31일까지 30%에서 50%로 인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임금 증가분 세액공제 신설, 접대비 한도 확대 등은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인 지원"이라며 "중소기업이 가장 많이 활용하지만 올해 말 일몰이 도래하는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의 연장은 기업의 어려운 경영여건을 배려한 조치로, 중소기업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도 "경제환경 변화와 내수활성화 효과를 감안하여 중견기업과 대기업에 대해서도 접대비 한도 범위를 늘리고 기업 이중과세 부담을 가중시키는 외국납부세액공제 축소에 대해서도 기업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퇴직소득제 과세와 관련 중기중앙회는 "소기업 소상공인 공제부금에 대해 퇴직소득세를 과세하는 경우 가입기간이 짧은 소상공인이 사업재기자금 마련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제도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보완을 요청했다.

이승렬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의 회원지원본부장은 "기업들의 투자확대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을 과감히 폐지하고, 경제 불확실성을 해소해 기업들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투자세액공제, 법인세 감면, 각종 규제완화 등 적극적인 투자 인센티브를 제시해 기업 스스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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