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밀, 11월30일 사업 종료 및 정리해고 결정
2018년 적자 전환 후 실적 마이너스 행진 지속
매각 잇단 불발로 사업 종료 카드 꺼낸 듯
일각선 "법인 유지해 법인세 면제 혜택 볼 수도"

[정재원 기자] '범롯데가' 유제품 전문 기업 푸르밀이 매각 등 다른 대안 대신 사업 종료를 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푸르밀은 전날 사내 이메일을 통해 400여 명에 달하는 전직원에게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를 통지했다. 

푸르밀 사측은 메일에서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돼 내부 자구 노력으로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 봤다"면서도 "하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푸르밀이 통보한 사업 종료 및 정리 해고일은 11월30일이다.

푸르밀은 1978년 설립된 롯데우유가 모태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이 2007년 롯데우유를 롯데그룹에서 분사하면서 푸르밀로 사명을 바꿨다. 대표 제품으로 '검은콩이 들어있는 우유', '가나초코 우유' 등이 있다.

이후 신 회장 둘째아들인 신동환 씨가 2018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실적이 악화 일로를 걸었다. 취임 첫 해 1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2019년 88억 원, 2020년 113억 원, 2021년 123억 원 등 적자폭이 커졌다. 

지난해 신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후 신 대표 단독 경영에 나섰지만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지 못했다. 

푸르밀은 경영난 해소를 위해 매각을 추진했지만 잇따라 불발되면서 사업 종료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LG생활건강에 매각을 추진했지만 실패했고, SPC그룹과도 협상을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사업 종료를 택한 것은 이미 시장 경쟁력이 뒤처져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른 유업체들은 건강기능식품 및 케어푸드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섰지만, 푸르밀은 유제품에만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렇지만 유업계에서도 범롯데가인 푸르밀의 사업 종료 결정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정이란 반응이 나온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매각 절차로 갈 줄 알았는데 사업을 종료한다니 충격적"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정리 해고를 통보 받은 푸르밀 임직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해고 통보 전 임직원들과 일절 협의가 없었고 보상 방안도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푸르밀 노동조합 측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집단 행동 가능성을 예고했다. 

푸르밀 노동조합은 이날 신동환 대표이사를 비롯한 신 씨 오너 일가를 강력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푸르밀 노조는 이날 성명서에서 "신준호·동환 부자의 비인간적이고 몰상식한 행위에 분노를 느끼고 배신감이 든다”며 “강력한 투쟁과 생사기로에 선 비장한 마음을 표출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적자 원인이 오너 경영 무능함에서 비롯됐지만 전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불법적인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며 “회사 정상화를 위한 어떤 제시나 제안도 듣지 않고 노사 간 대화 창도 닫았다”고 비판했다.

또 "시대의 변화되는 흐름을 인지하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성향에 따른 사업다각화 및 신설라인 투자 등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했으나, 안일한 주먹구구식 영업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푸르밀이 사업을 종료하면서도 법인은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 청산이 아닌 유지 시 수백억원대의 법인세 면제 혜택을 볼 수 도 있다는 점이 이번 결정에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