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속인 심진송
새 사업 장부 매 달 신령님께 보이자 일 잘 풀려

심진송이 느닷없이 주머니 속의 약부터 내놓으라는 바람에 사업에 실패한 젊은이는 깜짝 놀랐다.

J씨는 당황한 나머지 주머니 속에서 약병을 순순히 꺼냈다. 그것은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그가 언제든지 세상살이를 끝내려고 준비해 둔 쥐약이었다.

‘나이도 젊은 양반이 왜 그래? 쥐약 먹고 죽으려는 각오로 다시 뛰면 금장 실패를 만회할 수도 있을텐데, 그런 용기도 없수?“

심진송은 죽기 살기로 덤비면 안되는 일이 없다면서 젊은이를 꾸짖었다.

“아이구, 제발 좀 저를 살려 주십시오. 무슨 방도가 없을까요? 오죽하면 쥐약을 다 넣고 다니겠습니까.”

그러나 안절부절 못하던 J씨는 심진송을 붙잡고 계속 묘책을 가르쳐 달라고 떼쓰듯 말했다.

심진송은 눈을 지그시 감고 신령을 불렀다. 그리고 곧 이어 그녀는 J씨에게 “한 번 해 보자.”는 신령의 말을 그대로 전해 주었다.

“실패한 것을 만회해 주는 대신 조건이 있다. 한동안 우리 집에 부지런히 찾아와라. 그리고 새로 사업에 손댄 다음부턴 매 달 장부를 가지고 와서 우리 신령님께 보여야 한다.”

심진송은 훈시하듯 J씨에게 신령의 ‘처방’을 늘어놓았다. 그녀는 또 좋은 날(吉日)을 잡아 행사 (굿)도 치렀다. J씨는 적금을 해약해서 비용을 댔던 것이다.

“어쨌든 (사명대사)할아버지께선 그 젊은 사람이 잘 되도록 도와주려고 마음을 굳히셨는지 하는 일들이 잘 풀려 나갔습니다. 그는 동업자를 만나 다시 사업을 벌이더니 1년여 뒤에는 집까지 장만할 정도로 쾌속 행진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나 어는 정도 기반을 굳힌 다음부터는 그 양반의 발길이 뜸해지더니 결국은 우리 집과 인연을 끊어버리더군요. 처음엔 돈만 벌게 해 주면 절대로 신령님의 음덕을 잊지 않겠다고 입이 닳도록 말을 했었는데, 정작 돈이 모이기 시작하자 그게 자신의 노력 탓 인양 생각이 뒤바뀌었던 모양입니다.”

심진송은 그 일을 생각하면 너무 물질만 쫒는 것 같은 세태가 떠올라 왠지 씁슬해진다고 말했다.

부도 낸 사업가 치성 올리자 채권자가 도와줘

심진송의 도광사에는 전국 각처에서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창원에서 올라 온 40대 사업가 K씨는 운이 너무 없었어요, 매사가 잘 안돼 고전을 했었는데, 제가 일(굿)을 해 주고 났더니 2주 뒤부터 꼬였던 매듭이 풀려나가더라고 연락이 왔더군요. 그 분의 부인도 유치원을 운영했는데, 그 곳도 번창해 간다는 거였어요. 한 번은 서른두 살 동갑내기 부부가 찾아왔는데, 남편의 표정이 죽은 목숨과 같더라구요. 사연인 즉 2억원 이상 부도를 내서 기소중지가 됐다지 뭡니까, 부인 또한 은신해 온 남편의 수발을 들다가 지쳐 파김치가 된 상태였어요. 그들 부부의 사정이 너무 딱해서 치성을 드려 준 다음, 행사까지 치렀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효험이 나타났는데, 돈 내놓으라고 찾아온 채권자가 오히려 도와주고 가더랍니다. 그들 부부는 곧 안정을 되찾게 됐지요.”

심진송이 들려 준 사업하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 사례 중에서도 모기향 도매상 이야기가 흥미를 끌었다.

지난 2월 한 남자가 신당(神堂)으로 들어서자마자 장사하다 망했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다급하게 물어왔다.

“모기향이 안 팔려 큰 손해를 봤는데, 어떤 것을 해야 되겠습니까?”

그 순간 심진송의 영감(靈感)은 모기향 연기처럼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우리 할아버지가 그러시는데 다시 모기향을 파시라는군요.”

그 남자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모기향 때문에 실패했는데, 그걸 또 하라니….

“내가 보장할 테니 올해도 모기향에 손을 대세요, 우리 할아버지는 허튼 말 안해요.”

모기향 재고가 많아 만한 그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심진송의 철석같이 믿으라는 말을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지난 여름에도 모기향 장사를 했는데, 기록적인 폭염 때문에 뜻밖의 호황을 누렸던 것이었다.

“그 양반은 올 여름 모기향을 팔아 톡톡히 재미를 봤어요. 지금은 일어서서 다른 사업을 하고 있어요.”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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