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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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이던 전모씨가 지난 9일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 등 정황을 고려하면 전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이 대표 주변 인물이 숨진 사례는 2021년 12월 대장동 의혹에 연루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을 시작으로 다섯 번째이며 이중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모두 안타까운 일이다

이재명 대표는 10일 자신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한 주변 인물들의 잇단 극단적 선택에 대해 “검찰이 없는 사실을 조작하니 억울해서 그런 것 아니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이게 이재명 때문이냐. 수사당하는 것이 제 잘못입니까”라고도 했다. 본인 잘못이나 책임은 없고 검찰 탓이라고만 강조한 것이다. 그의 주장대로 무리한 수사가 사건 관계자들의 비극으로 이어진 게 드러나면 검찰 등은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왜 그의 주변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다. 검찰 수사가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한다 하더라도 특정인과 연관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죽는 것은 전례가 없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도 자해 시도를 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수사 선상에 오른 많은 이들이 극단 선택을 결심한 것에 대해 정말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나. 보도에 따르면 전씨도 유서에서 “(이 대표는)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시라.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 한다”며 원망을 토로했는데 말이다.

11일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전형수씨의 사망에 대해 “자랑스러운 공직생활의 성과들이 검찰의 조작 앞에 부정을 당하고, 지속적인 압박 수사로 얼마나 힘들었겠냐”고 했다 한다. 전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때부터 함께했던 인사다. ‘정무보좌는 정진상, 행정보좌는 전형수’로 통했다. 이 대표는 “저와 인연을 맺었던 모든 사람이 주변까지 탈탈 털리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10분 가까이 전씨 사망과 관련해 검찰을 비판하면서도 전씨와 전씨 유족에게는 사과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5명의 극단 선택에 대해 그때마다 “모르는 사람이다” “검찰의 조작·압박 수사 때문이다”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측근이었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2021년 12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사망하자 “안타까운 일이다. 어쨌든 명복을 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몸통은 놔두고 주변만 문제 삼다가 이런 사고가 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같은 달 대장동 개발의 핵심 실무자였던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사업1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때에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납득이 안 된다. 위로 외에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SBS 인터뷰에선 김씨를 “시장 재직 때는 몰랐고 하위 직원이었다”고 했다. 뒤늦게 이 대표와 김씨가 호주 골프 여행도 갔던 사이였던 게 밝혀졌다. 김씨의 아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후보는 8년 동안 충성을 다하며 봉사했던 아버지에게 조문이나 어떠한 애도의 뜻도 비추지 않고, 산타 복장으로 춤을 추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본 할머니는 오열하고 가슴을 치며 분통해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작년 1월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기했던 이병철 씨가 숨지자 “안타깝게 생각하고 명복을 빈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와 고인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했었다. 작년 7월에는 이 대표의 아내 김혜경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연루된 40대 남성이 사망했다. 당시 이 대표는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무당의 나라’가 돼서 그런지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을 엮는다”고 했다.

오늘 한 신문 사설은 지인들 죽음에 영화에 나오는 음모론을 연상하며 “자살당했다”는 항간의 억측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이 대표가 직접 사법부 앞에 서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국회의원 방탄 뒤에 당을 방패 삼아 요새를 구축하고 있다.

"시쳇말로 이재명의 뻔뻔함에 치가 떨린다"는 한 시민의 분노에 공감이 가는 주말 아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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