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경기 성남시의료원에 마련된 이 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인 고 전형수 씨의 빈소를 나선 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경기 성남시의료원에 마련된 이 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인 고 전형수 씨의 빈소를 나선 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심일보 대기자] “이 대표는 이제 정치 내려놓으십시오. 대표님과 함께 일한 사람들의 희생이 더 이상 없어야지요” " “현재 진행되는 검찰 수사 관련 본인 책임을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검찰 수사 대상이 돼 억울합니다”

11일 동아일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전형수 씨(64)가 자택에서 숨진 9일, 전 씨의 집 안에서 발견된 6쪽 분량의 미니 노트에 이재명 대표와 가족, 친구, 동료 등을 향한 문구중 1쪽 분량의 유서에 이 같은 문구가 담겼다고  보도했다.

전날 이재명 대표는 전 씨의 사망 소긱을 접하고 "제가 만난 공직자 중 가장 청렴하고 유능했던 공직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수사한 일 없다고 하는데 반복적인 검찰의 압박 수사에 매우 힘들어 했다. 이 억울한 죽음을 두고 정치 도구로 활용하지 마라. 검찰의 과도한 압박수사로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이냐"고 '검찰 탓'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검찰의 미친 칼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전 씨의 '유언'에 '적반하장'으로 답 한 셈이란 해석이 야당 내에서도 나왔다. 그래서일까

이날 오후 이 대표는 ‘유서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마지막으로 고인과 연락한 게 언제냐’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빈소에 들어섰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이 대표에게 또다시 질문이 쏟아졌지만 이 대표는 아무 말 없이 차에 올라탔고 곧장 현장을 떠났다.

앞선 4건의 사망과 관련해서와 마찬가지로 전씨의 사망에 대해서도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의 압박 수사에 이번 사태의 책임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지도부가 이 대표 측근의 죽음을 놓고 검찰 수사부터 탓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검찰의 과도한 수사 때문이라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대표와 지도부가 사람이 죽어 나간 불행한 사태에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과 대표가 침묵으로 있는 것이 적절하다. 검찰 핑계를 대고 할 일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죽음의) 결과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 정치인으로서의 기본 책무"라고 강조했다. 

다른 중진 의원 역시 이 대표의 발언을 놓고 "이런 비극적인 문제조차도 진영 논리화되는 것이 안타깝다. 고인의 명복부터 빌어야 한다"며 "지금은 (사퇴론조차도) 말을 아껴야 하는 시기"라고 꼬집었다. 

"검찰의 과도한 압박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이냐. 수사 당하는 것이 제 잘못이냐"는 이재명. 국회의원 방탄 뒤에 당을 방패 삼아 요새를 구축한 '이재명 다운' 발언이다. 하지만 전 씨는 마지막 가는 길에 "본인 책임을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했다.

사람의 연(緣) 이 인연이 되고 악연이 되는 것은 그 사람의 그릇 됨됨이에 달렸다. 쉽게 말하면 악인을 만나면 악연이 필수란 얘기다.

 전날 <신동욱 앵커의 시선>에서는 "이 대표가 전 씨를 훌륭한 공무원으로 극찬하면서, 그의 죽음이 전적으로 검찰 탓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검찰은 "전 씨를 작년 말 한 차례 조사한 뒤로, 추가 조사도 출석 요구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유족이 더 잘 알 겁니다."라고 했다.

이어 "고 이어령 선생은 "한(恨), 그것은 체념해버린 분노, 체념해버린 슬픔"이라고 했습니다. 다섯 사람이 품고 갔을 한을 풀어줘야 할 의무는,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답다면, 죽음 앞에서는 두렵고 삼가는 경외의 마음을 지니기 마련이니 말입니다."라고 꼬집었다.

지금 쓰고 있는 이재명의 묵시록이 어쩌면 죽음의 묵시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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