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가능성, 이란 개입 여부, 사우디-이스라엘 수교와
중국의 중동 역할, 우크라 지원 등 여러 이슈와 관련
사우디-이스라엘 수교 추진 완전 멈추진 않을 전망

미 플로리다주 포트 로더데일에서 경찰이 8일(현지시간) 친 이스라엘 시위대와 친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충돌하는 것을 막고 있다. 2023.10.9.
미 플로리다주 포트 로더데일에서 경찰이 8일(현지시간) 친 이스라엘 시위대와 친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충돌하는 것을 막고 있다. 2023.10.9.

[김승혜 기자] 하마스의 충격적인 이스라엘 공격이 또 한 차례의 중동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이 맞닥트린 안보 딜레마도 커지고 있다고 미 폴리티코(POLITICO)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확전 어디까지 될까

이스라엘-하마스간 전투가 확전돼 더 큰 전쟁으로 이어지면서 강대국들이 개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미군도 개입될 수 있다.

하마스는 이란과 아랍 각국의 직접 지원을 기대할 것이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다른 군사 그룹들도 병력을 지원하거나 다른 곳을 공격할 수 있다. 헤즈볼라가 8일 이스라엘군 진지를 공격하기도 했다.

전투가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 지구를 넘어 요르단강 서안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몰아내고 정착촌을 건설하면서 갈등이 고조돼온 지역이다.

다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정부 및 단체들은 끝 모를 전쟁으로 미국과 관계가 악화하고 인명과 재산 피해가 늘어나는 것을 우려해 확전을 피할 수도 있다.

미 당국자들은 확전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8일 “현 상황을 악용하는 이스라엘 적대 세력”에 대해 경고했으며 보좌관들은 전화에 매달려 있다.

“어느 쪽이든 영향력이 있는 모든 사람이 대화하고 있다”이라고 익명의 미 당국자가 밝혔다.

이스라엘도 제3의 세력이 개입하는 것을 경고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는 “이스라엘 상대로 전투를 확대하면 이스라엘은 단호하게 치명적으로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개입?

미국의 강경파들 일부가 이란이 하마스 공격의 배후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이란은 하마스를 장기간 군사적, 재정적으로 지원해왔다.

하마스 대변인이 이란이 이번 공격을 지원했다고 밝혔다는 보도가 있었으며 이란 당국자들이 하마스의 공격을 칭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의 보안 당국자들이 공격을 도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하마스 등은 이란으로부터 상당히 독립돼 있으며 미 당국자들은 아직 이란이 직접 가담했다고 밝히지 않고 있다.

앤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8일 NBC 방송에서 “현재로서는 이란이 직접 공격의 계획이나 수행에 직접 연루됐다는 정보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이란이 압박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하마스에 대한 전반적 지원을 이유로 이란에 새로운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개선 중단될까?

미국의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안보 보장 등 혜택을 대가로 사우디가 이스라엘 수교하도록 추진해온 미국의 평화 노력이 위태로워졌다. 그러나 완전히 끝났다고 보긴 어렵다.

하마스의 공격에 대해 사우디 등 여러 아랍국들이 이스라엘보다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의 즉각적인 반응 때문에 사우디-이스라엘-미국이 추진해온 평화 방안이 무산되지는 않을 것이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황태자는 과거 사우디 지도자들과 달리 실용적이다. 그는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을 사우디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은 이미 이란 문제에서 협력해왔다.

이스라엘은 이미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모로코 등과 수교했으며 경제적 동기 등 다양한 이유에서 사우디와 수교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중동의 안정이 대테러 문제부터 에너지 문제까지 광범위한 정책에 중요하다. 또 중동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산을 막으려 한다.

미 고위 당국자가 지난 주 팔레스타인이 미국의 중동 평화 추진에 적극 관여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지목한 팔레스타인은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를 가리킨다. 당국자는 이번 전쟁이 끝난 뒤 “가자지구를 누가 장악할 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공격을 예상하지 못한 이유

오래 동안 준비한 하마스 공격을 이스라엘의 막강한 정보 기구들과 미국 정보 기구들이 예측하지 못한 이유는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

미 민주주의방위재단의 조나산 샌저는 “정보 실패 이유를 조사하는 국가 위원회가 만들어질 것”이라면서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이스라엘의 생존을 위협하지는 못하는 “전술적” 위협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2021년에도 11일 동안 하마스와 전투를 벌여 가자지구의 수많은 표적을 공격했으며 당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사망자가 각각 260명 이상과 수십 명에 달했다. 당시 전투를 너무 일찍 끝냄으로써 하마스의 능력이 크게 파괴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당시 미국은 이스라엘이 전투를 길게 끌지 못하도록 압박했고 상당수 표적을 파괴한 이스라엘이 전투 중단에 합의했다.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할 수 있고 하마스가 다수의 인질을 잡고 있는 상태에서 11일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칠 영향

미국이 이스라엘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함정과 항공모함을 이스라엘 주변에 배치하고 있다.

미 정가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놓고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일이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지원 지속에 반대하는 공화당이 이스라엘 지원에는 재빨리 호응했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중심인 복음주의 기독교 세력이 이스라엘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미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원되는 무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중국의 역할은?

연초 중국 당국자들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 협정을 중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후 중국은 사우디와 이란의 수교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한 중국의 첫 반응은 이스라엘에 실망스러운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8일 성명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이 “냉정을 유지하고 자제함으로써 즉각적이고 적대 행위를 중단해 민간인을 보호하고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2국가 창설 해법을 강조했다.

이스라엘에게 이는 분노를 일으키는 일이다. 이번 공격은 지난 50년 새 최악이다. 이스라엘이 장기적 평화의 기반을 닦기 위해 정착촌을 해체한 지역을 장악한 세력이 가해온 공격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반격할 충분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의 고위 당국자인 유발 왁스는 중국 외교부 성명에 실망을 표시했다. 그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살해당하는 때에 2국가 해법을 강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의 중동 지역에 대한 영향력이 단기간에 확대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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