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시장 화재 현장서 함께 현장 점검
윤, 한에 전용열차 탑승 권하며 동반 서울행
한 "최선 다해 4월10일에 국민 선택 받을 것"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김민호 기자]  김경율 비상대책위원 공천과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으로 불거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 갈등이 이틀 만에 봉합 수순에 접어들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에서 함께 화재 현장을 점검하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25분께 화재가 발생한 시장을 찾았다. 당초 예정된 오전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정부 관계자들이 재난현장에서 착용하는 신형 민방위 옷을 입었다.

이후 약 15분 후인 1시40분께 윤 대통령도 화재 현장에 도착했다. 외부 공식 일정이 없었으나 피해 상황을 직접 듣기 위해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오자 90도로 인사했고,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포옹한 후 악수를 했다. 이후 어깨를 툭 치면서 친근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 사람은 함께 몇 분간 피해 현장을 점검하고, 소방본부의 피해 상황을 보고 받았다. 또한 소방 인력을 격려했으며 복구 및 지원 대책을 점검했다.

현장 점검을 마친 두 사람은 대통령 전용열차에 탑승해 함께 서울로 복귀했다. 윤 대통령이 먼저 한 위원장에게 전용열차에 타자고 권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두고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위원장은 서울역에 도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가지고 있고, 그게 변함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과의 갈등은 봉합됐다고 보면 되는 건가'라는 질문에는 "대통령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민생을 챙기고 국민과 이 나라를 잘 되게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니 그런 말을 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며 "지금보다 더 최선을 다해 4월 10일에 국민의 선택을 받고 이 나라와 우리 국민을 더 잘 살게 하는 길을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퇴 요구에 관한 질의에는 "그런 말보다는 민생 지원에 관한 얘기를 서로 잘 나눴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하기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하기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김경율 비대위원의 사퇴에 관한 언급은 없었느냐'고 묻자 한 위원장은 "그런 얘기는 서로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결국 정치는 민생 아니겠나. 그런 점에서 민생에 관한 여러 지원책이라든가 이런 부분에 대해 건설적인 말을 많이 했고, 제가 잘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만남으로 당과 대통령실의 갈등은 해소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대통령이 이관섭 비서실장을 통해 한 위원장에게 사퇴 요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측이 갈등은 표면화됐고, 이후 한 위원장이 이를 거절하면서 논란을 키운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의 표면적인 원인을 김 비대위원의 마포을 공천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한 위원장이 지난 17일 마포을 공천을 발표한 이후 사천(私薦)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공천에 자신의 사심을 집어넣었다는 거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꼽힌다. 김 비대위원을 비롯해 수도권 인사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한 위원장도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께서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김 여사 리스크' 대응 방식을 두고 용산 대통령실과 차별화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고, 나아가 윤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해석이 붙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사퇴 요구를 받은 다음 날인 지난 22일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실에 강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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