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론'속에 "미래 위한 혁신이 있어야 한다"

▲ 이건희, 정몽구, 구본무, 김창근, 신격호 회장
2014 년 갑오년 새해가 밝은지도 13일이 지났다.

올해 국내 주요그룹 총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위기’를 첫 손에 꼽았다. 불확실한 대내외 여건으로 기업 총수들은 올해 경영환경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았다. 그러면서 저마다 ‘위기’를 기회로 삼을 ‘과제’를 신년사에 담아 제시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또 다시 ‘위기’를 이야기하면서 과거의 사고방식과 전략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며 고강도 혁신을 강조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역량 강화’를 통해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꾀했다. 역시 ‘위기’임을 강조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시장선도’를 돌파구로 제시했다. 최태원 회장이 부재한 가운데 새해를 맞은 SK그룹은 대대적인 변화보다 기존 체제강화를 통한 점진적 성장을 예고했다. 또 롯데그룹은 치밀한 준비를 통한 장기적인 성장전략 모색을 올해의 화두로 제시했다.

◇삼성그룹, 다시 꺼내든 ‘위기론’

분기당 10조원의 영업이익 등 연일 기록적인 실적을 올리며 승승장구 해오던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8조300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18% 하락하며 ‘어닝 쇼크’ 수준의 충격을 줬다. 이건희 회장은 새해 벽두부터 신년사를 통해 꺼내든 화두는 ‘위기론’이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가진 신년하례식에서 “5년 전, 10년 전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과 제도, 관행을 떨쳐 내자”고 강조했다.

특히 이 회장은 “지난해는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고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우리는 글로벌 기업들과 사활을 걸어야 했고 특허전쟁에도 시달려야 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모바일시장에서 애플과의 특허전쟁, 구글과의 경쟁체제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소프트웨어의 강화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 발굴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회장은 “불황기일수록 기회가 많으며 남보다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보고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야 한다”며 “핵심 사업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산업과 기술의 융합화·복합화에 눈을 돌려 신사업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반도체공장에서 일어난 가스누출사고 등을 의식했는지 “삼성의 사업장은 가장 안전하고 쾌적한 곳이 되어야 하며,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발언도 빼놓지 않았다.

◇현대자동차그룹, ‘질적 성장’ 전환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한 올해 전망은 밝지 않았다. 지난해 확고한 점유율을 자랑했던 내수시장이 흔들리면서 시장의 우려가 집중된데 이어 올해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마저 의심받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경기 호재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와 다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엔저에 따른 일본차들의 위협도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정몽구 회장은 이러한 위기를 기술혁신을 통한 역량강화로 돌파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정 회장은 2일 시무식에서 2014년 그룹 경영방침을 ‘역량 강화를 통한 미래성장 기반 강화’로 제시하며 전 임직원의 역량 결집을 당부했다.

정 회장의 올해 경영전략은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정 회장은 올해 현대·기아차의 판매 목표치를 전년보다 4.2% 늘어난 786만대로 발표했다. 2003년 판매 성장률 3.5%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목표로 제시한 것이다. 대신 기술혁신과 품질경영 강화를 주문했다.

우선 자동차 부문에서 차량의 연비와 안전 성능을 더욱 강화하고, 친환경 그린카와 첨단기술이 융합된 스마트카 같은 혁신기술 개발 분야에 대한 투자를 크게 확대하는 한편 필요한 연구인력 확보에도 힘쓰는 등 투자를 확대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글로벌 시장 공략은 더욱 강화된다. 지난해 연간 10만대 규모의 터키 공장 증설을 마친데 이어 현대·기아차는 올해 15만대 규모의 현대차 중국 상용차공장과 30만대 규모의 기아차 중국 3공장을 완공한다.

또 중국 4공장은 생산량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본격적인 해외 판매 시스템이 가동되는 만큼 해외법인의 글로벌 마케팅과 판로확대 등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통한 ‘제값 받기’ 노력도 지속적으로 기울일 예정이다.

◇LG그룹, 다시 내건 ‘시장 선도’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위기’를 강조하며 ‘시장 선도’와 ‘철저한 책임경영’을 핵심으로 꼽았다. 구 회장은 2일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앞으로의 경영환경은 위기 그 자체다”라며 임직원들에게 위기의식과 냉정한 자기평가를 주문했다.

구 회장은 “임직원 모두가 지금이 위기임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저 역시 성과 달성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앞장 서겠다”고 밝혔다.

밖으로는 원화 강세와 경기회복 지연 등 경제 여건이, 안으로는 선도기업의 독주와 다른 범주 기업과의 치열해지고 있는 경쟁이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자산업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다지만 경쟁기업이자 언제나 한 발 앞서있는 삼성전자와의 경쟁을 더욱 독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앞서 나가던 기업들도 한 순간의 방심으로 기회를 놓치고 그 아성마저 무너지고 말았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선도 기업과의 격차를 크게 좁히지 못하고, 후발 주자들의 무서운 추격을 받고 있는 우리를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구 회장은 주력사업과 신사업 그리고 업무 문화 등에 대한 당부의 말을 전했다. 특히 올해 LG그룹 계열사 전반에 걸쳐 ‘시장 선도’ 의지를 드러냈다.

◇SK그룹은 ‘따로 또 같이 3.0’

SK그룹의 ‘위기’는 다른 그룹과는 성격이 다르다. SK 역시 여타 기업처럼 불안한 시장 상황에 놓여있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그 중에서도 그룹 수장인 최태원 회장의 부재는 여전히 뼈아픈 숙제로 남아있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SK그룹은 계열사별 독립경영 강화를 골자로 한 ‘따로 또 같이 3.0’체제를 내세우며 그룹가치 3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2일 서울 광장동 W호텔 비스타홀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따로 또 같이 3.0’ 체제 아래서 각 관계사와 위원회가 자율책임과 집단 지성의 시너지를 통해 SK그룹의 경영방향인 기업가치 300조원에 도전하는 2014년이 되자”며 최 회장을 대신해 새해 기업 방향을 제시했다.

김 의장은 “지난해 SK는 외형적으로는 전년과 유사한 경영성과를 거뒀으나, 반도체 사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업이 부진했으며, 외부적으로는 글로벌 경제 침체, 대기업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수준이 높아져 어려운 한 해였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사업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013년 16조6000억 원을 투자하고 7500명을 채용했던 SK는 올해 투자 규모는 예년 수준으로 하되 국내 설비투자에 중점을 두고 소재 산업 등 새로운 성장 동력 개발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롯데그룹, 장기 성장전략 모색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치밀한 준비를 통한 장기적인 성장전략 모색을 올해의 화두로 제시했다.
신 총괄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는 내수 침체와 불확실한 해외 경제 상황으로 모두에게 쉽지 않았던 한 해였다”며 “위기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사적인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한 해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는 김해 롯데워터파크, 제2롯데월드 저층부, 롯데센터 하노이 등 대형사업장의 오픈을 앞두고 있고, 동계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스포츠 행사가 치러진다”며 “냉철하게 판단하고 치밀하게 준비한다면 그 어느 때보다 의미 있고 값진 시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과감한 혁신과 현장 중심경영을 통한 기존사업의 내실화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품질 경영 ▲해외외사업의 지속적인 확장과 안정적 성장 등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변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는 현장에서 문제의 해답을 찾고, 소비자의 요구를 면밀히 파악하고 통찰해 시장 기회를 선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해외사업과 관련해서는 기존에 진출한 지역의 경영을 안정화하는 한편 동남아 미 진출국과 미주지역 등에 대한 진출도 꾸준히 모색하라고 당부했다.

신 총괄회장은 “중소기업 및 지역 상권과 동반 성장하려는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은 물론, 임직원 개개인이 겸허한 마음과 열린 자세로 외부의 소리를 수용하는 유연성 있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들 5대그룹의 세계를 향한 올해의 포석이 향후 한국경제의 '내일'을 가름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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