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N 캡쳐
[심일보 기자]지난 15일 발생한 군부에 의한 쿠데타는 발생한 지 6시간 여 만에 '실패한 쿠데타‘로 끝났다.

이들 군부 세력은 쿠데타 초반 수도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과 보스포러스해협 대교 2곳, 국영방송 등을 장악했지만 곧바로 세력이 약해졌고, 보스포러스 대교 등에서 결국 백기를 들었다.

휴가 중이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쿠데타 발생 6시간 만에 이스탄불 국제공항을 통해 복귀해 '쿠데타는 실패했다'고 선언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는 터키 국민은 국기를 들고 거리로 나와 정부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했고 공항에도 지지자들이 몰려 귀환을 환영했다.

한마디로 각본에 의한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6시간의 쿠데타’를 잘 짜여진 자작극이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이날 쿠데타가 발생 6시간 만에 일사천리로 반란이 진압되자, 이번 사건이 에르도안 정권의 '자작극'이 아니냐는 '음모론'마저 SNS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논평을 통해 "음모론이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에르도안이 승리한다면 더 강한 힘을 갖게 된다는 점은 맞는 얘기"라고 전했다.

이 통신은 실제로 과거 에르도안 대통령과 같은 정의개발당(AKP) 소속 의원이었던 비평가 페이지 이스바사란은 트위터를 통해 “쿠데타 시도 배후에 에르도안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쿠데타 주모자' 공군사령관 구금...배후는 귤렌?

쿠데타 배후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16일(현지시간)터키 당국이 쿠데타 시도의 주모자로 알려진 전직 공군 사령관 아킨 외즈튀르크를 앙카라 인근 아큰즈 공군기지에 구금했다고 터키 언론들이 보도했다.

또 육군 2군 사령관인 아뎀 후두티 장군과 제3군 사령관인 에르달 외즈튀르크 장군 등 장성 최소 5명도 함께 구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영 NTV방송은 알파르슬란 알탄 헌법재판관도 구금됐다고 전했다. 터키 사법 당국은 앞서 쿠데타 시도와 관련해 터키 전역의 판사 2745명이 해임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에 자신이 '실패한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한 페툴라 귤렌을 추방해 터키로 넘길 것을 공식 요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TV로 중계된 연설에서 "터키는 그동안 미국이 요구한 테러리스트 추방 요구를 거절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터키가 미국 주도의 '테러와의 전쟁'에 기여한 공동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만약 우리가 전략적 파트너라면 미국은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앞서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 한 연설을 통해 "이번 봉기는 국가의 단합을 원치 않는 군부의 일부가 (미국으로 망명한) 페툴라 귤렌의 명령을 받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관련자들은) 반역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히즈메트'(봉사)라는 이슬람 사회운동을 이끈 귤렌은 2002년 현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이 집권한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과 손을 잡고 세속주의 세력에 대항했지만 2013년 12월 부패 수사를 계기로 적대적 관계로 돌아섰다.

귤렌은 1999년 지병을 치료하고자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 현재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자진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귤렌은 이날 기자들에게 자신이 쿠데타 배후라는 주장을 전면 부인하면서 "민주주의는 군사행동을 통해 달성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

◆쿠데타로 265명 사망…1440명 부상·2839명 체포

한편 이번 군부 쿠데타로 최소 265명이 숨지고 1440명 부상했고, 쿠데타에 참여한 군인 등 2839명이 체포됐다.

17일 AP통신 등 언론이 현지 언론과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 등을 인용해 이같이 집계했다.

265명의 사망자 중 161명은 쿠데타 주동 세력에 의해 살해된 희생자로 민간인과 경찰관이 포함됐고 나머지 100여 명은 진압 작전 과정에서 숨진 군인들이다. 이밖에 이번 쿠데타 과정에서 1440명이 다쳤고 쿠데타에 참여한 많은 군인이 체포했다.

다만 집계가 진행됨에 따라 인명피해는 더 늘고 쿠데타 연루 군인 수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쿠데타 세력은 이날 한때 수도 앙카라와 최대도시 이스탄불의 국제공항 등을 장악했고 민영 NTV 방송국과 도안 통신사를 통해 쿠데타를 선포했다.

휴가 중이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6시간 만에 이스탄불 국제공항을 통해 복귀해 사태 수습에 나섰다.

약 6시간 만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군부 쿠데타를 실패한 것으로 규정하고 그 주동세력은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한편 쿠데타에 실패한 일부 군인들은 헬기를 타고 그리스로 망명을 시도했다.

이들 세력이 탑승한 헬기가 그리스 북동부 알렉산드루폴리스 공항에 착륙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 국방부는 이 헬기에는 7명의 군인과 민간인이 타고 있었고 이들을 망명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군부, '집권 13년차'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불만

지난 15일(현지시간) 밤 발생한 터키 군부의 쿠데타는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이슬람주의 강조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터키 군부는 전통적으로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한다. 이번 쿠데타 세력 역시 '민주 질서 보호'를 이유로 내세웠다.

터키에서 쿠데타가 발생한 것은 이번을 포함해 총 6번. 이전 쿠데타는 모두 세속주의를 표방했다. 터키 세속주의는 국교 이슬람교와 정치의 분리를 표방한다. 정치에서 이슬람 근본주의가 강화될 때 군부가 민주주의와 세속주의를 앞세워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스탄불 시장 출신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 총리가 되면서 '절대권력'을 다지기 시작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헌법 개정을 통해 7년 단임제였던 대통령직을 5년 중임제로 바꾸고 장기 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독재자'로 불리기도 하지만, 터키의 경제를 부양시켰다는 이유로 대중들의 지지를 얻어왔다. 총리와 대통령을 번갈아가며 4번 선출됐다. 집권 13년째다.

터키는 중동 지역 유일한 정치-종교 분리 국가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슬람 근본주의를 추구하는 이슬람주의자로 알려졌다. 최근 터키 정부는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는 등 이슬람주의에 치우치는 모습을 보였다. 시리아 문제에 관한 미국의 도움 요청에 대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중립국으로 남겠다며 거부한 것도 군부의 불만을 키웠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슬람주의 회귀 징후와 민간인 독재에 대한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2012년 유럽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중적인 지지도는 떨어지기 시작했다. 2013년 5월에는 대통령의 독재와 권위주의를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올해만 7차례 테러가 발생한 것도 정부에 대한 반감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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