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기자]진경준(49·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검사장이 지난 1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제3자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되면서 검찰을 향한 국민들의 신뢰가 또다시 곤두박질쳤다. 특히 1948년 검찰 수립 이후 현직 검사장으로는 처음 구속된 사례여서 검찰 내부의 충격도 상당히 크다.

이러한 가운데 18일 한 언론이 진경준 검사장이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의 처가와 넥슨의 천억 원 대 부동산 거래 알선(?) 의혹을 제기하면서 급기야 정치권의 최대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 정국에 ‘태풍급’ 회오리를 몰고 올 전망이다

야당은 이날 이 같은 의혹과 사드 성주 배치를 함께 문제 삼으며 대통령의 사과와 전면 개각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진 검사장은 전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심문 포기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진 검사장은 지난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긴급체포 돼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검찰 고위 간부들의 비리와 추문이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지를 다짐했던 검찰 내부에서도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탄식이 절로 터져 나오고 있다.

◆"돈 욕심이 과했다"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에 오르기까지 승승장구하던 진경준(49)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 후배 검사의 조사를 받다 뇌물수수 혐의로 한 밤중에 긴급체포 된 것은 결국 탐욕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직 검사장이 수사기관에 체포된 것은 2014년 길거리 음란행위를 한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에 이어 두번째다. 1999년 진형구 전 검사장(당시 대검찰청 공안부장)이 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으로 긴급체포됐으나 당시는 의원면직된 상태여서 현직 신분은 아니었다.

특임검사팀은 지난 15일 오전 10시께 진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시작했고, 조사 13시간 만인 오후 10시55분께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특임검사팀은 진 검사장이 2005년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48) NXC 대표로부터 받은 4억2500만원의 넥슨 주식 매입 자금을 대가성이 있는 뇌물로 판단했다.

특임검사팀은 전날 김 대표 조사 과정에서 진 검사장에게 주식 매입 자금을 건넨 경위를 추궁한 결과 '보험' 차원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임검사팀은 진 검사장이 김 대표로부터 돈을 빌려 넥슨 주식 1만주를 사들였다가 1년 뒤인 2006년 11월 주식을 팔고 그 돈으로 다시 넥슨재팬 주식을 산 것도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진 검사장이 김 대표 측으로부터 고가의 차량을 제공받은 것도 뇌물로 간주하는 등 포괄일죄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괄일죄는 동일한 범죄가 수차례 반복될 경우 이를 하나의 행위로 간주해 처벌하는 것으로 마지막 범죄가 끝난 시점을 공소시효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특임검사팀은 뇌물죄의 공소시효가 10년에 불과해 애초엔 진 검사장이 2005년 주식을 사들인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으나 포괄일죄 개념을 적용해 사법 처리키로 방침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 검사장은 평검사 시절 부산지검에 근무하며 사무실 컴퓨터에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설치하고 업무시간에 온라인 주식거래를 하다가 적발된 일이 있었다. 검사로서 업무 처리능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모범적인 공직자 처신과는 거리가 있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 근무 당시 교류하던 지역 유지들에게도 “돈 욕심이 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이 같은 탐욕은 올해 3월 정부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때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2005년 넥슨의 비상장주식 1만주를 4억2,500만원에 사들인 뒤 지난해 되팔아 126억원의 시세 차익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그는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진 검사장이 넥슨의 창업주 김정주(48) NXC 회장과 서울대 동기라는 사실과 함께 거래가 드문 넥슨의 비상장주식을 취득하게 된 경위에 의혹의 눈길이 쏠렸다. 하지만 진 검사장이 “주식매매 과정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고 검찰 역시 공소시효나 징계시효가 지났다고 못 박아 최소한 법적으론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진 검사장의 거짓말 행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진 검사장은 13일 이금로 특임검사팀에 제출한 자수서를 통해 “주식 매입대금은 김 회장 측에서 무상 제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4억원대 주식을 사실상 뇌물로 받았다고 인정한 셈이다.

그가 2005년 주식을 공짜로 받은 사실을 감추기 위해 넥슨과 금전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꾸밀 정도였다면, 자수서 제출도 의심쩍다는 시각이 많다. 2009~10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 시절 한진그룹 내사를 종결하는 대가로 처남 회사에 일감을 제공하도록 한 의혹이 드러나면서 형사처벌 가능성이 커지자 처벌을 피하기 위해 뒤늦게 실토했다는 분석이다. 즉 공소시효가 지난 일부 사실만 시인해 다른 범죄 혐의를 ‘물타기’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검찰이 14일 밤 진 검사장을 긴급체포 하면서 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진경준 검사장 그는 누구? 

이렇듯 2016년 7월14일 대한민국 검찰의 ‘흑역사’를 쓴 진경준, 검사장, 그는 누구였나

그는 공부 잘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는 고교시절(환일고)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고 이러한 노력 덕에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그는 서울대 2학년 때 사법고시에 합격. 3학년 때 행정고시도 패스할 정도로 수재였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의 주인공 처럼 1999년에는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을 수료하고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현직에 있으면서도 학업의 끈을 놓지 않아 2004년엔 모교인 서울대 법대에서 헌법전공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그는 법무부 내 요직인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또 '특수통' 검사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거치고 싶어한다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을 맡기도 했다.

일선 수사 경험이 부족한 인물이 금조부장 자리에 오르는 일은 드문 일이었다.

공부만 하던 그가 일탈을 하기 시작한 것은 결혼을 한 뒤였다.

모든 것을 다 이룬 그였지만, 적은 공무원 월급으로 생활의 만족을 느낄 수 없었을까.

더욱이 그는 사랑을 쫓아 결혼했다.

하지만 자신보다 못한 동기들이 마누라 잘 얻어서 열쇠 세 개를 받고 편하게 생활하는 것을 보면 박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 주변의 시각이었다.

소위 강남권 출신의 ‘금수저’가 아닌 그는 환일고 시절 친구들도 아현동과 서울역 근처에서 학교를 다니던 소외 흙수저 자식들중 한명이었다.

그는 대기업 비리 정보를 내사로 마무리한 후 처남 명의 청소용역업체를 설립해 130억대 일감을 몰아주게 했다.

또한 한 게임업체로부터는 수백원대 주식 시세차익을 남기기도 했다. 조직내 요직을 두루 섭렵하며 소위 '잘 나가는' 엘리트 검사이자 '검찰의 꽃'을 두루 거친 그는 이제 벼랑 끝에 서 있는 신세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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