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기자]터키 정보당국이 쿠데타 모의를 사전에 알았을 뿐 아니라 이 정보가 쿠데타 시작 전 군 수뇌부에 전달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사전에 전혀 몰랐다” 정부 설명과 달라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쿠데타가 발생 6시간 만에 일사천리로 반란이 진압되자, 이번 사건이 에르도안 정권의 '자작극'이 아니냐는 '음모론'마저 SNS를 중심으로 나왔었다.

당시 로이터통신은 논평을 통해 "음모론이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에르도안이 승리한다면 더 강한 힘을 갖게 된다는 점은 맞는 얘기"라고 전했다.

이 통신은 실제로 과거 에르도안 대통령과 같은 정의개발당(AKP) 소속 의원이었던 비평가 페이지 이스바사란은 트위터를 통해 “쿠데타 시도 배후에 에르도안이 있다”고 주장했다.

쿠데타가 발생하고 휴가 중이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쿠데타 발생 6시간 만에 이스탄불 국제공항을 통해 복귀해 '쿠데타는 실패했다'고 선언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는 터키 국민은 국기를 들고 거리로 나와 정부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했고 공항에도 지지자들이 몰려 귀환을 환영했다.

한마디로 각본에 의한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6시간의 쿠데타’를 잘 짜여진 자작극이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터키 참모본부가 19일쿠데타 시도가 시작되기 약 5시간 전 정보당국(MIT)으로부터 쿠데타 모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정보를 받았다고 터키 언론들이 보도했다.

참모본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성명을 이날 웹사이트에 발표했다.

훌루시 아카르 군총사령관 등은 이 정보를 평가한 후 터키군에 장비이동 금지명령과 기지 폐쇄명령을 내렸다고 참모본부는 설명했다. 이러한 내용은 쿠데타 세력에게도 전달됐을 것이라고 참모본부는 덧붙였다.

참모본부의 성명이 사실이라면 터키 정보당국이 쿠데타 모의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이는 쿠데타 기도를 사전에 전혀 몰랐다는 터키정부의 그간 설명과는 상반된다.

참모본부의 설명대로라면 쿠데타 주도세력은 정보당국에 꼬리가 밟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후, 원래 계획보다 급하게 행동에 나섰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쿠데타 가담 혐의를 받는 장성급이 100명에 육박하는데도 15일 밤 동원된 병력이 크지 않았던 이유도 참모본부의 이동 금지명령 등 대처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한편 이날 터키 국영 T는 "터키 고등교육위원회가 전국 모든 국공립·사립대학 학장 1577명 전원에게 사표를 내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조치에 대해 터키 언론들은 쿠데타 지지 세력 또는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에 가까운 학계 인사들을 해고하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분석했다.

터키 관영 나나돌루아잔시 통신은 "이날 하루 총리실 소속 257명, 교육부 소속 1만5200명, 내무부 소속 8777명, 종교청 소속 492명이 직위해제 당했다"고 전했다.

또 테러단체 활동에 연계됐다는 핑계로 터키 교육부는 사립학교 교사 2만1000명의 교사면허를 취소했다.

쿠데타 실패 후 이날까지 직위해제되거나 해고된 공직자는 군인 6300명을 포함 4만4000여명에 이른다.

이미 쿠데타 연루 혐의로 군인, 판·검사, 공무원, 종교인 등 9300여명이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 등 6만명에 가까운 공직자들이 정부에 의해 사실상 쫓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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