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 총장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열사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정재원 기자]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아 오월영령에 참배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10시50분께 광주 북구 운정동 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자들과 참배를 반대하는 대학생진보연합 사이에 욕설과 고성이 난무했다.
 
이들 대학생들이 든 '박근혜 사면 공감하는 윤석열은 자격 없다'는 플래카드를 유튜버 등이 가로채면서 충돌이 시작됐다. 경찰의 제지로 이들의 충돌은 10분여 만에 끝났다.
 
이어 윤 전 총장은 지지자들과 함께 오월영령 참배를 위해 참배단으로 이동했다.
 
윤 전 총장은 참배에 앞서 한 차례 묵념한 뒤 헌화·분향했다.이후 박관현·홍남순·김태홍 열사 묘지를 차례로 참배했다.
 
윤 전 총장은 김태홍 열사 묘역 앞에서 "너무 꽃다운 나이에 가셨다. 이 묘비를 내가 만져도 될지···"라며 말을 잇지 못한 채 무덤 앞에 무릎을 꿇었다. 흰 장갑을 벗은 두 손으로 묘비를 연신 쓰다듬었다.
 
참배를 마친 윤 전 총장은 '역사의 문' 앞에서 울음을 참는 듯 목이 잠긴 상태로 발언을 이어갔다.
 
윤 전 총장은 "우리가 피를 흘린 열사와 우리 선열들의 죽음을 아깝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국민 모두 후대를 위해서 우리가 자유민주라는 보편적 가치 위에서 광주·전남 지역이 이제 고도 산업화와 풍요한 경제 성장의 기지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직후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 4명과 만나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윤 전 총장은 "2000년도 초반 근무하다 거의 20여년 만에 오면서 이제 많이 변했겠구나, 지역민들의 한이 그래도 많이 풀리고 좀 더 많이 바뀌었겠구나 생각했는데 묘역에 들어오니까 저부터 울컥하다"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박관현 열사, 홍남순 변호사, 김태홍 전 국회의원 묘역을 둘러본 직후 이들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울먹였다.
 
그는 "이분들의 희생을 좀 더 우리가 승화시켜서 보편적 가치와 번영의 길로 갈 수 있는 밑바탕이 돼야 된다는 생각을 늘 해오고 있다"라며 "막상 와 보니 미래보다는 과거와 현재의 그런 슬픔과 한이 더 커지는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 관계자는 윤 전 총장에게 "학창시절에 윤 후보가 모의재판에서 구형을 때리셨던 마음을 지금도 갖고 계시나"라고 물었다. 윤 전 총장이 '그렇다'고 답하자 "추후에도 관심과 그 마음이 변치 않길 꼭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시 윤 전 총장이 경찰 수배받은 사실을 거론하며 "5·18 관련 법이 바뀌어서 수배자나 단순 조사 받고 나온 자도 유공자로 재심의할 수 있다"라며 "8월에 재심의가 이뤄지면 윤 전 총장도 신청해 달라. 그러면 육하원칙에 딱 맞아떨어지는 회원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한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의 옷깃에 5·18배지를 달아주기도 했다.
 
▲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 총장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가운데 지지세력과 반대세력이 시위를 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제 2묘역을 거쳐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옛 망월묘역)으로 향했다.
 
이한열 열사의 묘지를 찾아 1987년 6월9일을 회상했다. 한동안 착잡한 표정으로 이 열사의 묘비를 바라본 뒤 "눈에 생생하네"라며 고개를 떨궜다.
 
윤 전 총장은 '미얀마 연대'와 '부패 정치 개혁'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미얀마 연대에 대해선 "민주주의·인권 침해가 벌어지면 5·18정신에 입각해 비판해야 한다. 규탄할 부분을 규탄하고, 피해자를 향해 격려와 지지를 보내는 것이 국제적인 연대"라고 강조했다.
 
어느 광주시민이 질문한 '부패 정치 개혁' 문제에 대해선 "적극 공감한다. 부패라고 하는 것은 이권이 귀속된 곳에 있기 마련이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투명하게 이뤄진다면 부패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이 참배를 마치고 묘역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도 대학생들은 참배 반대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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