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성, 비판 잠재운 천금 동점골…"이겨서 좋지만 아쉬움 커"

30일(현지시각)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023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 사우디아라비아 대 대한민국의 경기, 후반 조규성이 동점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각)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023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 사우디아라비아 대 대한민국의 경기, 후반 조규성이 동점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김승혜 기자] 클린스만호의 공격수 조규성(미트윌란)이 드디어 마수걸이 득점에 성공했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31일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전·후반 90분을 1-1로 비긴 뒤 연장전을 거쳐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골맛을 보지 못한 조규성은 벤치에서 출발했다. 앞서 조별리그 부진 때문에 조규성의 TV 예능 출연을 비판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상당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조규성을 빼고 중앙 수비수를 한 명 더 늘린 스리백 전술을 가동했다. 대신 손흥민(토트넘)을 원톱 자리에 기용했다.

조규성은 0-1로 뒤진 후반 19분 교체 투입됐다. 후반 한 차례 크로스바를 때린 조규성은 종료 직전인 후반 54분 설영우(울산)가 머리로 건넨 걸 다시 머리로 연결해 동점골을 터뜨렸다.

승부를 연장과 승부차기로 끌고 가 8강 진출의 발판이 된 장면이다.

조규성은 "이겨서 기분은 좋지만 기회를 더 살릴 수 있었다. 승부차기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경기였는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동점골 순간에) 솔직히 좋다기보다 여태까지 아쉬움이 더 컸던 것 같다. 엄청 좋아하진 못했다. '이제 한 골이 들어갔네'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손흥민과 포옹하며 골의 기쁨을 나눴다. "(손)흥민이 형이 뭐라고 얘기하는지 들리진 않았다"고 했다.

사우디의 골키퍼 아흐메드 알카사르는 연이은 선방으로 한국 공격진을 힘들게 했다.

조규성도 "후반에 교체로 들어가 기회가 많았는데 그걸 막을 때마다 깜짝 놀랐다. 골키퍼를 보고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계속 두드리다 보면 들어가는 법이니까"라고 했다.

세 번째 키커로 나서 성공한 승부차기 순간에 대해선 "긴장은 되지 않았다"고 했다.

조규성은 연장전에서 결정적인 득점 기회에 슈팅 대신 패스를 선택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연장 후반 3분 역습 기회에서 상대 골키퍼가 골문을 비웠지만 조규성은 슈팅 대신 옆으로 패스를 내주며 기회를 놓쳤다.

이에 대해선 "제가 생각한 것보단 터치가 조금 짧았다고 봤다. (홍)현석이가 더 완벽하다고 봐서 줬는데 지금 생각하면 때릴 걸 후회가 된다. 형들이 '왜 안 때렸느냐'고 하면서도 격려해줬다"고 답했다.

한국은 내달 3일 00시30분 알와크라의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5위 호주와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한국은 23위.

호주는 16강전을 지난 28일 치렀다. 한국보다 2일 이상 더 휴식을 취해 체력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조규성은 "회복이 첫 번째다. 회복을 잘해야 한다"며 "호주 선수들을 보니까 키가 엄청 크더라. 그래도 열심히 부딪혀보겠다"고 했다.

이날 경기가 열린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은 조규성에게 특별한 곳이다.

지난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조별리그 두 번째 상대 가나와 경기를 펼친 장소다. 이 경기에서 조규성은 머리로만 멀티골을 터뜨리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비록 2-3으로 패했지만 16강 진출의 원동력이 된 일전이었다.

조규성은 "처음 도착했는데 많이 봤던 곳이었다. (형들이) 가나랑 경기를 했던 곳이라고 얘기해줘서 그냥 웃었다. 몰랐다"며 "얘기를 듣자마자 됐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사우디와 평가전에서도 골을 넣었던 그는 "사우디가 쉽지 않은데 저번에 한 골을 넣긴 했다. 이번에도 머리로 넣어서 (황)인범이 형이 농담으로 '머리로만 축구하라'고 했다"며 웃었다.

이날 경기장에는 4만2,389명의 관중이 찾았다. 대부분이 사우디 팬들이었다. 한국은 붉은악마 응원단 약 20명과 현지 교민 등이 힘을 불어넣었다.

마지막으로 "분위기가 사우디의 홈 경기장인 줄 알았다"면서도 "붉은악마 분들이 골대 뒤에서 열심히 응원해주셨다. 목소리가 다 들렸다. 한국말은 잘 들린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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