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두 가지 기본 원칙.첫 번째는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마라.둘째는 모든 게 사소한 일이다. 김규현은 건축가로서, 사막 여행가로서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말리의 수도 바마코에서부터 니제르의 수도 니아메까지 노예의 강인 니제르 (또는 나이저) 강 유역을 답사한 적이 있었다.그때 당시 그 사원에 간 적이 있다.그곳은 나의 머릿속 지도에서는 이 세상에 남아있는 가장 구석진 곳이었다. 그리고 그 사원은 나의 눈으로 반드시 확인해야 할 마지막 건축물이었다. 내가 평생에 걸쳐 작성하고 수정한, 반드시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할 건축
각자의 가슴 속에 자기 운명의 별이 있다.— 실러 가장 강한 사람도 운명을 막지 못한다. 선한 사람은 일찍, 악인은 늦게 죽는다.— 다니엘 디포 보츠와나에서 가장 뜨겁고 건조한 시기,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햇빛은 무섭게 쏟아지고, 비가 언제 왔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며, 비가 내릴 기미가 도통 안보일 만큼 너무 막막한 때. 어느 날 기적처럼 갑작스럽게 천둥번개가 치고 비를 잔뜩 머금은 검은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면서 오카방고 삼각주에 홍수가 찾아온다.그런데 우기가 다가오면 하루하루가 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아들에겐 어머니와의 관계와는 달리 아버지와의 관계가 더 복잡한 감정으로 얽혀 있다. 첫째, 아버지가 어린 자녀들에게 애정 표현이 잘 없으면서 지나치게 가부장적이거나 화를 잘 냈던 경우다. 이런 경우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감히 넘지 못하는 두려운 산 같은 존재가 된다. 어린 시절 무섭고 권위적인 아버지의 그림자에 줄곧 압도당했던 자녀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아버지와의 관계가 불편하고 할 말이 없다.둘째, 아버지가 특별한 경제활동이 없거나 외도를 해서 어머니를 힘들게 한 경우다. 살면서 어머니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본
재판관에게 네 가지가 필요하다. 친절하게 듣고, 빠진 것 없이 대답하고, 냉정히 판단하고, 공평하게 재판하는 것이다.—소크라테스 기하학에서 삼각형은 일직선상에 있지 않은 세 개의 점을 이으면 만들어진다. 각기 두 개의 점이 하나의 선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렇게 이어진 세 개의 선이 삼각형의 변을 형성한다. 삼각형에는 정삼각형, 직각삼각형, 두 변과 두 각의 크기가 같은 이등변삼각형이 있고, 이등변삼각형은 다시 예각삼각형, 둔각삼각형이 있다. 그러나 정삼각형은 같은 크기의 세 각과 같은 길이의 세 변을 갖추고 있
첫 번째 그림12월 중순 경 ○○지청 김△△ 검사실의 풍경화. 겨울의 낮은 짧다. 희미한 석양의 햇빛이 창문에 걸려있다. 멀리 남쪽 바다에서부터 불어온 바람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바람이 바다의 짠 냄새를 실어왔다. 은행나무의 샛노란 낙엽이 유리창을 툭툭 쳤고 한 두 잎이 유리창에 달라붙었다. 검사실 아가씨는 검사를 힐끗힐끗 쳐다보며 SNS를 보는데 정신이 없다. 검색창에 해시태그로 ‘섹’이라는 글자를 입력하자, 일탈족들이 올린 남녀를 불문하고 옷을 벗어젖힌 사진부터 성기 노출 사진, 성행위 동영상까지 그야말로 음란의 바다가 펼쳐지
누구에게나 자기 자신은 둘도 없이 소중한 것이다.─ F. 라블레‘너 자신을 알라’고 하는 격언은 적절한 말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을 알라’고 하는 말이 더 실용적이다.─ 메난드로스 한국모창가수협회모창 가수 박승창이 누구인가? 평생을 나훈아이면서 나훈아가 아닌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는 최근 세상을 뜬 너훈아, 아직 활동 중인 조용필의 모창 가수인 주용필, 패티김의 패튀김, 태진아의 태지나와 마찬가지로 오리지널 가수의 목소리와 동작을 흉내 내 노래를 한다. 우리들은 그들을 모창 가수라고 부른다. 모창 가수란 말 속엔 박수보다는
서초동 남부터미널 뒤쪽 먹자골목에서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는 어떤 모텔.이른 봄 화창한 토요일 오후이다. 긴급 출동한 파출소 젊은 경찰과 30대 초반의 여자. 경찰은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고 여자는 몹시 긴장해서 얼굴이 파랗게 질려있다. 경찰이 모텔 3층 계단 구석에 있는 방의 방문을 두드린다. “경찰이야, 경찰. 빨리 문 열라고, 다 알고 왔으니까. 여기 당신 마누라도 함께 있지. 도망갈 곳은 없으니까, 순순히 문 열라고. 문을 열어.” 방안에는 이불이 펴있고 탁자 위에는 맥주병과 땅콩 접시가 놓여있다. 여자는 속옷만 입은 채로
슬픔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날 하늘에는 낮게 먹구름이 잔뜩 끼어서 날씨는 우중충하였습니다. 그러나 비는 아직 내리지 아니하였고 약간 거센 바람만이 남쪽 바다를 일렁이게 하였습니다. 2007년 6월 14일. 초여름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작은 통통배에 서서 두 수녀님은 하염없이 소록도를 뒤돌아보면서 흐르는 눈물을 것 잡을 수 없어 작고 예쁜 노란 손수건으로 연신 눈시울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20대 꽃다운 처녀 시절부터 40년을 넘게 살았으니 소록도는 고향과도 같은 곳이었습니다. 배는 10여분 만에 육지에 닿았습니다. 소록도와
왜 악인이 번성하고 의인은 고난 받는가. (시편 37: 35, 36) 투아레그족 청년 《모세하난 이브라함》은 사하라 사막의 남쪽에 있는 알제리 도시 타만라세트 출신이다. 그는 밀입국해서 마르세유에 정착했다. 그는 그동안, 거지, 여관의 청소부, 식당 종업원, 그 후에는 액세서리 노점상, 부두 노동자, 공사판 막노동 등을 전전하면서 한 번도 제대로 된 직업이 없었다. 닥치는 대로 하루하루를 살아야 했다. 언제나 막일꾼이었을 뿐이다. 그런 건 정상적인 직업이라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밀입국한 불법 이민자 신세에 신분 상승은 언감생심이
삶에 필요한 것은 기억력이 아니라 망각 능력이다. 1. 심현숙은 임신 초기 뱃속의 태아가 잘 자라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또 임신 초기 징후들 때문에 심신이 지쳐 있어서 처방을 받기 위하여 동네 어귀에 새로 지은 번듯한 5층 건물의 2층에 자리 잡은 ‘김영준 산부인과 의원’에 다니기 시작하였다. “확실히 임신이에요. 초음파 검사 결과 착상이 잘 됐습니다. 그런데 첫 임신이고 나이가 많기 때문에 상당히 신경 써야 할 거예요. 까닥 잘못하면 유산할 수 있습니다. 아시겠죠…….”“그럼 어떻게 해야죠?”“우선 영양이
죽은 종교에는 이단이 없다. — A. 소레인간의 신조란 다른 것이 올 때까지 어느 하나가 우세해졌다가, 이것이 무너지고 다른 것이 승리하니, 외로운 이 세상은 언제나 최신의 동화를 원하기 때문이리라. — 압달라 알마아리신의 대리인은 화려한 옷을 입고 값비싼 보석을 박은 관을 쓰고 있다. 그는 미사를 집전하며 회중들 앞에서 거만한 얼굴로 한껏 거들먹거리며 신의 이름으로 설교한다. (그러나 1000년 전인지, 500년 전인지를 거슬러 올라가서 그가 추기경이었는지, 교황이었는지, 그 당시 세금 징수원에 불과하였던 어
그러나 네 일은 네가 챙겨라. 마르세유는 항구다.BC 600년경에 생긴 이 항구 도시는 여전히 낡은 도시의 은밀한 뒷골목을 숨기고 있다. 노아유 구역의 가장 오래된 구시가지 쪽으로 올라가면 부서진 계단의 층계를 따라 썩은 냄새가 코를 막히게 하는 하수구 물이 넘쳐흐르고, 길가에는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들이 썩고 있었다.그곳에는 5, 6층 높이의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기 때문에 골목에서는 하늘이 잘 보이지 않았고, 바닥의 공기는 온갖 악취로 가득 차 있었다. 이 냄새는 가끔 바람이 골목을 스며들 때만 골목의 좁은 하늘로 날아갈 뿐 밑
인간은 신이 아니면 동물이다. ― 아리스토텔레스나는 흔히 인간 속에서 인간의 모습을 찾지 못한다.─ L. 비트겐슈타인인류의 진화 역사를 살펴보자. 약 46억 년 전, 빅뱅이 일어나자 아름답고 조그마한 별인 지구가 태어났다. 그리고 450만 년 전인지, 또는 300만 년 전인지 인류의 조상이 태어났고, 그 후 인류는 진화를 거듭했다.300만 년 전, 또는 그 이전 최초로 엉거주춤 서서 걷는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태어났고, 약 200만 년 전에는 손재주가 있는 사람인 호모 하빌리스가 살았고, 약 170만 년 전에는 똑바로 서서 걸
1. 이제 친구들과 어울려 골프를 치고, 바둑을 두면서 소일을 할 나이이다. 그런데 왜 힘들게 소설을 쓰는가.• 다시 말하지만, 나는 골프도 칠 줄 모르고 바둑도 모른다. 고스톱도 할 줄 모르니 하는 도락이나 잡기가 하나도 없는 셈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오락이 없는 인생이란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 오직 읽고 쓰기만 한다면, 그 무의미한 인생이란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그래서 내 인생은 조롱거리밖에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두주불사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나는 지난 30여 년 동안 한 주에도 수십 장의 글을 썼
장미, 오오 순수한 모순이여……— R. M. 릴케 나에게는 대학 시절부터, 극한적인 난코스 등반을 함께 즐겼던 산악반 친구들이 있다. 나는 대학에 갓 입학하여 몇 달이 지났을까, 공과대학 강의실 앞뜰에서 처음 모이였던 날을 기억한다. 나는 그때 괜히 안절부절 못하며 내가 생각해도 어색한 행동과 내 몸에 어울리지 않는 촌티 나는 옷차림새, 심하게 수줍어하는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날 우리들은 산악반에 정식 가입했고 매달 산행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첫날부터 인사불성이 되도록 엄청나게 술을 마셔
강물은 지금도 흐르고 앞으로도 영원히 흐를 것이다.— 워즈워스 이브라함이 마르세유에 와서 몇 년쯤 지나서 그 여관에서 청소부로 자리 잡고 일하게 되었을 때 (정확하게 말하자면 1991년 봄이었다. 그가 프랑스에 온지는 벌써 3년 반이 지났고 사막을 떠난 지는 5년 쯤 되었을 때이다.), 여관에서 장기 투숙하고 있던 늙고 고독한 사람을 어떤 운명처럼 만나게 되었다. 그의 프랑스 이름은 그냥 자크라고 불렀다. 어린 시절 베트남에서 어머니가 불렀던 베트남 이름이 따로 있었다고 한다. 이브라함은 그 당시 너무나 외로웠으니까&he
A는 벽촌 출신이다.그의 고향은 읍내에서 삼십 리나 떨어진 바닷가였다. 그가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도시락을 쌀 형편이 아니어서 점심을 먹어본 적이 없으니 밥 먹듯이 굶었던 것이다. 그는 오남매 중에 장남이어서 유일하게 대학을 나왔다. 그러나 B는 순전히 서울 출신이다.할아버지는 의사였고 아버지도 유명한 안과 의사였고 매형과 누나, 동생도 모두 의사였으니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다. 서울에서 명문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법과 대학에 진학하였는데 그만 유일하게 의사 집안에서 법조인이 되었다.그들은 대학에서 만나서 그 후 평생 동안
장난꾸러기들이 파리를 다루듯이 신들은 인간을 다룬다. 신들은 장난삼아 인간을 죽인다. —셰익스피어 이브라함의 고향 마을은 사하라 사막의 남쪽 오지 중에 오지에 있는 사막의 협곡 작은 오아시스에 자리 잡고 있었다.평화스러운 시절에는 염소와 양떼들이 협곡 여기저기에 제법 무성하게 자란 관목덤불을 뒤지며 한가롭게 잎을 뜯었다. 마을 둘레에 듬성듬성 늘어서 있는 수백 그루의 대추야자나무들이 목가적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고, 북쪽 지중해 연안 저지대로 가기 위하여 적막한 사막의 허공을 한참 동안이나 날아온 붉은 왜가리 해오라기 말똥
세상은 공공연히 범죄가 넘친다. 살인과 악행으로 가득 찬 곳이 아닌가! — 토마스 키드 이브라함은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극심한 가뭄이 2년 정도 계속되었을 당시 대충 18살쯤 되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정확한 생년월일을 모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어린 시절 고향 마을 근처 어디에도 학교나 병원, 우체국 등은 없었기 때문에 학교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전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 부족은 나이 같은 것을 정확히 헤아리지도 않는다. 그가 어린 시절, 그곳엔 달력도 없고 시계도 없었다. 그래서 세월이 가는지 오
나는 여태껏 기독교 개신교 교회 또는 천주교 성당에 나가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불교 사원에도 종교적 목적으로는 가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유대교도이거나 무슬림일 리가 없다. 그러면 나는 무신론자인가? 유일신 (유대교에서 말하는 야훼나 기독교의 하나님, 무슬림의 알라신 말이다)을 배척할 이유가 있는가? 특히 기독교의 하나님을. 기독교는 나와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이것은 인간이 신 없이도 살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한다. 그러니까 인간의 삶에서 신은 실존의 조건이 되는 것인가? 그런데 모든 종교는 예외 없